KBS 아나운서 김보민(29기), 엄지인, 박은영(33기)이 과거 냉혹했던 외모 평가에 대해 토로했다.
8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KBS 아나운서실 스포츠팀장 엄지인이 전 아나운서 동료 김보민, 박은영과 오랜만에 회동했다.
식당에서 만난 이들은 합평회 끝나고 늘 오던 곳이라며 “도마 위에서 난도질 당하고 와서 먹던 곳”이라고 너스레 떨었다. 2000년대 초중반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외모 지적이 안팎에서 난무했다고 회상했다.
외모 지적은 몸매에서부터 얼굴 생김새, 머리 모양, 화장법까지 속속들이 이어졌다. 김보민은 “제대로 먹은 기억이 없다. 울고, 지적 당하고. 근데 난 그 지적이 외모에 대한 것이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박은영은 “너는 코가 왜 그렇게 생겼니?”, “넌 아침 방송은 못 하겠다. 졸린 눈이라”라며 얼굴 생김새에 대해 들었던 날카로운 말들을 꺼내놨다.
엄지인은 “이전에는 긴 헤어스타일은 물론 앞머리가 있으면 뉴스 진행이 불가했다”며 엄격했던 이전의 방식을 언급했다. 이를 들은 김보민도 “난 ‘양쪽 머리 길이가 달라서 너무 거슬린다’는 시청자 불만 전화를 받고 가발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적 있다”라고 머리 모양 지적을 받은 경험을 전했다.
2003년 입사한 김보민은 “심지어 ‘볼터치 좀 하라’는 항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당시 여자 아나운서에 대해 냉혹했던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엄지인은 살이 쪘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된 적도 있다고. 한때 KBS가 재정적으로 힘들어 외부 MC 대신 아나운서들을 기용했고, 박은영은 가수들이 주로 진행하던 ‘뮤직뱅크’를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엄지인만 자리를 제안받지 못했다는 것.
당시에 대해 박은영은 “우리 동기 여자들을 예능국 국장님이 불렀다. 엄지인은 안 부르고 저랑 박지연만 데리고 갔다. 그때 엄지인은 5시 뉴스를 할 때였다”며 “창원에서 세 끼 다 중식을 먹고 우리 둘 다 돼지처럼 살이 올랐었다. 그때 당시 실장님이 ‘엄지인은 왜 이렇게 살이 쪘어?’하고 엄지인을 안 부르고 우리를 데려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배제된 거냐’는 질문에 박은영은 “(엄지인이)거기에 충격받고 그때부터 살을 빼기 시작하는데 김종국 오빠만큼 운동을 하더니 그 후 여자 아나운서 최초로 9시 스포츠 뉴스 앵커가 됐다”고 했다.
한편 엄격한 잣대로 인해 힘들었다는 엄지인은 그 잣대를 후배들에게 적용하기도 했다. 이날 후배 홍주연(48기)에 대한 평가를 마친 그는 “요새 애들은 되게 웃기다”며 “언니 (우리가) 아침 방송 하고 화장 지우고 다녔냐. 항상 마스카라 하고 다녔지 않냐. 다른 것도 아니고 여자 막내가 화장하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언제 캐스팅 제안을 받을지 모르니 화장은 꼭 했다는 박은영은 “세수를 하냐.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곳이) 회사냐”며 깜짝 놀랐다. 반면 김숙과 전현무는 “요즘은 화장 안 하고 다니는 추세”, “피부 보호해야 하니까”라며 홍주연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