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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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사고 현장서 119보다 변호사부터 찾은 가해자들 [그해 오늘]

2020년 9월14일 오후 인천 을왕리의 한 도로에서 치킨 배달을 가던 50대 점주를 치어 숨지게 한 임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년전 인천 을왕리에서 성실하게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던 50대 점주 A씨가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2020년 9월 9일 0시 53분경 인천 중구 을왕리의 편도 2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33세 여성 임모씨는 만취 상태에서 김모씨 회사 소유의 수입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서면서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 중이던 A씨를 치었다.

 

당시 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에겐 ‘윤창호법’이 적용돼 구속영장이 신청된 후 구속됐다. 당시 동승석엔 김씨가 탑승해 있었다.

 

사고 직전 임씨와 술을 같이 마신 김씨는 임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도록 법인 소유의 수입차 문을 리모트 컨트롤러로 열어주는 등의 행동을 하며 사실상 음주운전을 조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사고로 치킨을 배달받지 못한 손님은 배달앱에 “치킨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지만 이후 사고 소식을 알게되자 리뷰를 삭제했다. 리뷰엔 A씨의 딸이 남겨진 것으로 알려진 답변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샀다.

 

2020년 9월 9일 인천 을왕리의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인천 영종소방서 제공

 

A씨의 딸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과 분노를 토로했다. 그녀는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저희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 저녁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마지막 배달을 나가셨다”고 전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성격과 삶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녀는 “아버지는 책임감 때문에 가게를 시작한 이후로 항상 치킨을 직접 배달하셨다"며, 아버지가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지를 강조했다. 또한 그녀는 가해자들이 사고 직후 119보다 변호사를 먼저 찾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씨에게 1심에서 검찰은 징역 10년을, 동승자 김씨에겐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임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어떤 말로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면서도 “깊은 반성을 하고 있기에 고인과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임씨에게 징역 5년 동승자인 김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됐고 대법원을 거쳐 최종 형량이 확정됐다.

 

만약 가석방되지 않으면 임씨는 2025년 9월 출소예정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