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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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이끄는 ‘부유한 베이비부머’ [심층기획-2차 베이비부머 은퇴 쓰나미]

퇴직연금·부동산 등 자산 가치 급상승
55세 이상 소유자산 美 전체 70% 차지
경제적 안정·시간적 여유에 소비 주도

‘우리 아직 안 죽었어.’(We’re not dead yet.)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가 미국 경제를 움직인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뽑은 제목이다. 기사는 텍사스주 조지타운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한 곳이고, 그 성장을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끌고 있다고 전한다. 조지타운에 위치한 선시티 지역은 55세 이상의 구성원이 있어야만 입주가 가능한 계획도시다. 평균 연령 73세의 선시티를 주름잡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수영장과 골프장, 피트니스센터를 누비고, 댄스클럽에서 춤을 추고, 브런치를 즐기며 도시의 소비를 책임진다. 상점과 식당, 병원과 건강 클리닉 등에는 구인광고가 넘쳐난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선시티 성공에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경제적 안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퇴직 연금, 부동산 등의 가치가 지난 수십년간 급상승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시간적 여유까지 생긴 베이비부머 세대가 미국의 소비와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미국인이 소유한 자산은 지난해 기준 114조달러(약 15경2700조원)로 미국 전체 가계 자산 166조달러(22경2400조원)의 약 70%를 차지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2022년 기준 68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하지만 소유 자산은 52%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5세 이상 미국인이 미국 전체 개인 지출의 45%를 차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하는 베이비부머들은 꾸준히 늘고, 임금은 높아지고,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미국인 5명 중 1명꼴(19%)로 일을 했고, 2022년 기준으로 평균 시간당 22달러(약 2만9000원)를 받았다. 올해를 기준으로 65세 이상 근로자는 62%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이지만 점점 더 길어지는 은퇴 생활, 요양비 부담 우려, 향후 생존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 자녀들에게 자산을 물려주고자 하는 욕구 등에 따라 돈을 숨겨두고 있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를 ‘구두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