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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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소형모듈원전 개발… 35년 만에 탈원전 폐기

이탈리아 정부가 35년 만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나선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정부가 SMR 개발을 위해 새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돌포 우르소 산업부 장관은 이날 북부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에서 “외국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이탈리아에서 첨단 원자력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MWe미만인 소형 원전이다. 원자로 모듈의 공장 생산이 가능해 기존 대형 원전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원전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SMR 개발을 위해 이탈리아 발전설비 제조업체 안살도 뉴클레아레와 최대 전력기업 에넬, 영국 원자력 기술 회사 뉴클레오 등과 초기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원자력 에너지를 금지해 온 이탈리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SMR 개발을 위한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장관은 지난 7일 SMR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원전이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내 대표 원전 국가였던 이탈리아는 1960∼1970년대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다. 하지만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원전 4기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이 결정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했다.

2010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 원전 재도입이 다시 추진됐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국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90%를 넘겨 무산됐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심화하자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신규 원전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