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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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법 위반 확인, 회장 수사 중"… 문체부,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발표

문화체육관광부가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폭탄 발언 이후 진행했던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발표를 10일 실시했다.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 현재 배드민턴 협회의 일방적인 후원 계약 체계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페이백 논란’ 김택규 협회장의 보조금법 위반 사실도 확인돼 횡령∙배임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간 브리핑서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를 계기로 조사단은 파리 올림픽 직후부터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상황 점검, 협회 운영실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제도 개선 과제로 △후원계약 △국가대표 선발 △국제대회 출전 제한 △선수연봉과 계약기간 규제 △국가대표 징계를 꼽았다.

 

안세영 선수가 강조한 부상 관리 문제 등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는 선수와 지도자의 의견을 더 청취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문체부 조사단은 48명의 선수단 중 22명의 의견을 청취했는데, 안세영도 포함됐다. 선수단 전원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또 문체부는 ‘페이백 논란’ 등 보조금과 운영실태 점검을 통해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우선 문체부는 협회가 후원사인 요넥스의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선수들이 전부 착용해야 한다는 걸 문제로 삼았다. 국가대표 운영지침에 따르면, 선수와 지도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선수단도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후원사의 후원금 배분도 문제다. 요넥스가 아닌 다른 업체가 협회 후원사였던 2017년 당시엔 전체 후원금의 20%를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는 일종의 ‘경기력 성과비’를 제공하는 규정이 존재했으나, 협회는 이 조항을 2021년 6월 삭제했다. 이는 선수들도 몰랐던 사실이다. 문체부는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금액이 어디로 향했는지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 중이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복식 선수들의 선발 방식도 지적했다. 단식은 경기력 100%로 선발하는 반면, 복식은 경기력 70%에 더해 평가위원의 평가점수가 30%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단이 참가한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 중 복식 또는 2인 경기가 있는 12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배드민턴을 제외한 11개 종목이 경기력만으로 선발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가대표 선수단 역시 단식과 복식의 성격이 달라 별도의 복식 선발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체부에 전했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안세영이 “너무하지 않나”라고 언급한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도 문체부는 폐지를 협회에 권고했다. 협회 조항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아닌 배드민턴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을 충족하고 남자 선수 28세, 여자 선수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세계 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이 역시 국내 올림픽,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미국, 일본, 덴마크 등도 마찬가지다. 선수단 대다수도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했다. 이 외에도 배드민턴 신인선수의 계약 개선, 국가대표 선수의 지도자 ‘명령 복종’ 규정 삭제 등이 개선 사안으로 제기됐다.

 

문체부는 협회의 운영 과정서 드러난 페이백, 리베이트 등 보조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각종 비위도 조사했다. 본지 보도로 논란이 됐던 김택규 회장의 일명 ‘페이백 의혹’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승강제 리그’, ‘유청소년 클럽리그’ 등 문체부 예산으로 투입되는 사업서 김 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은 2024년 요넥스의 후원물품을 구매하며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사에 요구해 후원물품 지급 구두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수령한 물품은 1억 5000만원 규모다. 장부에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했는데, 위원장 소속의 태안군배드민턴협회가 4000만원 상당의 용품을 받았다. 반면 경남은 셔틀콕 단 3개만 받아 2만7000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문체부의 시각이다. 이미 김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이번 달 말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