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대중성과 한국성 그리고 세계성을 고민해오면서 새로운 소재와 장법(章法), 결구(結構)로 독특한 형상성과 조형성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푸른돌·취석 송하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前 전라북도 도지사) 서예가를 특별히 초대전 ‘거침없이 쓴다, 푸른돌·취석 송하진 초대전’이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9월25일∼10월1일)과 전북 전주 현대미술관(10월11일∼11월10일)에서 열린다.
평소 정치와 행정은 붓글씨를 쓰듯 유연하게, 그리고 시를 쓰듯 진실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문서예가가 아니라 정치행정가로 직업공무원과 민선 시장과 도지사(4선)를 역임한 작가가 한국서예의 중흥을 기원하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전시로 주목을 받는다.
취석 송하진은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간 서예계에서도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조부 유재 송기면(裕齋 宋基冕) 선생은 서예가이자 “우리의 전통을 몸체로 삼되 그 쓰임새는 새로워야 한다”는 구체신용설을 주장한 큰 유학자였고, 그의 부
친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선생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대가 중의 한 분이었다. 그래서 취석은 유소년기와 청년기 등 성장하는 내내 거의 매일 같이 서예와 한문을 보고 들으며 자라 자연스럽게 “눈에 젖고 귀에 물들어온” 목유이염(目濡耳染)의 저력을 가진 서예가로 통한다. 그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 최대 서예행사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1997년에 직접 기획했는가 하면 한글서예의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푸른돌·취석 송하진은 “서예란 문자를 소재로, 일회적 운필에 의한 추상적 형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행위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계승되며 인문적 의미를 표출하는 문자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서예의 기본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송하진은 이번 초대전과 작품집에서 거침없이 쓰는 서예, 한글이 주인되는 서예, 오른쪽 서예, 한국성을 추구하는 서예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작품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향한 노력 또한 크게 돋보인다.
미술평론가 장준석 대표는 ‘붓 하나로 화이부동 천진의 세계를 펼치다’라는 평론에서 “구수한 큰 맛 같으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서체를 구사한 취석의 서예는 개성있으면서도 특별한 면들을 내재하여, 특별한 형상미와 조형성을 맛볼 수 있게 한다. 자작시의 시상이 느껴지는, 담담하게 써 내려간 독창적이고도 유연한 서체에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 더욱 한국적이며 생동적이다. 정치와 행정가 이전에 한평생 서예와도 함께 살아온 그는 한국의 대표적 서예가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서예평론가 김병기 교수는 “취석의 거침없이 쓰는 서예는 정직이고 질박이다. ‘티’ 내지 않음이다. 법서(法書) 운운하며 티를 내는 유법(有法)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법(無法)인 것도 아니다. 취석의 글씨에는 목유이염(目濡耳染: 눈에 젖고 귀에 물든다)의 눈썰미로부터 자리 잡은 허술한 듯 탄탄한 기초가 있다. (중략)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서예이자 서예혁신 Movement(운동)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