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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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日 사과·배상 필요… 명부 전체 공개해야”

한영용 유족회장 인터뷰

“日선 조선인 542명 숨졌다지만
유족 조사로는 1만2000명 넘어
정부에 원인규명 등 요구하겠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걸어온 길입니다.”
일본 군함 우키시마마루. 연합뉴스

한영용(82) 우키시마호 유족회장은 1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이제라도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최근 일본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받은 만큼 사고 원인과 피해자 규모에 대해 규명을 해야 하고 정부에 이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24일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을 고국으로 송환하던 ‘우키시마호’ 폭침으로 숨진 고(故) 한석희씨의 외아들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세 살이던 한 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없지만 우키시마호 생존자 고 유경수씨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은 후 1970년대부터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다. 아버지의 유해를 찾기 위해 2012년 스쿠버 다이버와 함께 폭침 현장인 마이즈루만 해저를 찾아 수중 조사를 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사고 원인도 피해자 규모도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며 “일본은 조선인 542명이 죽었다고 했지만 우리 유족이 조사한 수치는 1만2000명이 넘는다.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사과와 배상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도 당시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미군 기뢰에 의해 폭발했다고 설명했지만 유족 측과 시민단체에서는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한 회장은 “지금까지도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없다”며 “하루빨리 명부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주 일본으로부터 받은 19건의 자료에는 승선한 사람의 이름과 신상이 담긴 명부가 있어 이를 토대로 희생자를 파악할 수 있지만 외교부는 “명부는 희생자분들의 개인 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면서 “열람 또는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명부에 적힌 희생자와 관계된 사람에게만 보여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회장은 “현재 남은 유족들은 20명 남짓이다. 개인정보 때문에 유족 당사자에게만 보여준다면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한영용 우키시마호 유족회 회장(왼쪽)이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대표에게 우키시마 승선자 명부 사본을 전달받고 있는 모습. 한영용 회장 제공

외교부는 19건의 자료 분석을 위해 9일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전달했다. 유가족과의 소통 업무 역시 행안부가 맡게 될 전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겨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명부는 일본어로 기록됐고 인쇄물이 아닌 이미지 파일 형태의 전자문서인 만큼 중복되는 이름은 없는지 가려내고 승선자 수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용역과 별개로 행안부에서 명부를 일차적으로 파악한 뒤 유족과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인 논의 후 (유족들에게) 빠른 시일 내로 연락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