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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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해달라” 30대 손자, 90대 할머니 안고 화재 현장 탈출했지만…

“할머니 들것에 묶지 않아 순간적으로 놓쳐…중심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듯”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30대 손자가 90대 할머니를 안고 뛰어내려 현장을 탈출했지만, 치료 도중 할머니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JTBC 갈무리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6시29분쯤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한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층에 거주하던 90대 여성 A씨가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고,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화재 현장에서 할머니를 안고 3층에서 뛰어내린 30대 손자 B씨도 상반신 2도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손자 B씨는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할머니 A씨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2층 높이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려 대피했다.

 

그는 애초 할머니와 함께 계단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이미 화재로 인한 연기가 건물에 가득 차 있어 부득이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건물 3층에는 1세대만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손자의 구조 덕분에 할머니는 별다른 외상은 없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의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 도중 숨진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할머니 안고 뛰어내린 손자는 아직 돌아가신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JTBC가 공개한 구조 과정 영상에는 B씨가 A씨를 안고 뛰어내린 뒤 2층 지붕에 머무르는 동안 옆에 있던 소방대원이 물을 쏴 불을 끄는 모습이 담겼다.

 

인근 주민이 "할머니 먼저 구해달라"고 소리치자 대원들이 사다리를 대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구조 과정에서 할머니 A씨는 한 번 더 떨어졌다. 대원들이 할머니를 들것에 묶지 않아 순간적으로 할머니를 놓쳤고, 이에 중심을 잃은 할머니가 바닥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