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극장가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가 준비됐다.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는 굵직한 경쟁작이 없어 ‘관객몰이’를 예약했다. 이외에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 제임스 매커보이가 열연하는 공포영화 ‘스픽 노 이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와의 추억을 다룬 ‘안녕, 할부지’, 임영웅 콘서트 실황 영화,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하는 1980∼1990년대 명작들이 관객과 만난다.
◆‘베테랑2’ 독주 예상=‘베테랑2’는 국내에서 1341만명을 동원한 흥행작 ‘베테랑’(2015)의 속편이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가 합류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해치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해치는 유튜버 등이 만들어낸 별명으로,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이들을 연이어 응징하는 인물이다.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오히려 꽃뱀으로 몰고 가 생을 등지게 한 교수,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와 그 가족에게 염산 테러를 한 남성 등이 보복 대상이다. 해치는 피해자가 당한 것과 동일하게 가해자의 목숨을 뺏는다.
2편은 1편에서의 속 시원함과 해학은 줄고 질문은 깊어졌다. 사적 보복은 정당한지, 살인에 좋고 나쁨이 있는지, 대중의 변덕에 정의가 휘둘리지 않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임스 매커보이가 열연한 ‘스픽 노 이블’은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것이 좋다. 성향이 다른 두 가족이 겪는 미묘한 신경전을 다루나 싶던 영화는 중반에 분위기가 뒤바뀌고 마지막에는 가빠진 숨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된다. 루이스 가족은 휴양지에서 패트릭 부부를 우연히 만나고, 집에 초대를 받는다. 외딴 시골에 있는 집은 정겹지만 어색한 호의와 사소한 불편이 이어진다.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1988년 ‘비틀쥬스’ 이후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원작에서 유령을 보는 소녀였던 리디아는 30여년이 흘러 딸 아스트리드를 둔 엄마가 됐다. 홀로 마을 구경을 하던 아스트리드는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갇히고, 리디아는 딸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이 영화는 원작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에이리언’의 일곱 번째 시리즈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도 지난달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다는 평을 받는다.
◆팬층 보유한 영화들도 주목=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영화들도 추석 극장가에 포진해 있다. 심형준 감독이 연출한 ‘안녕, 할부지’는 2020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가 함께한 시간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4월 중국으로 간 푸바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인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올해 5월 25∼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실황과 준비 과정, 뒷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공연은 이틀에 걸쳐 임영웅의 팬클럽인 ‘영웅시대’를 포함해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큰 화면과 좋은 음향 설비 덕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주는 것이 장점이다.
콘서트 영화 ‘오빠, 남진’은 내년에 데뷔 60주년을 맞는 가수 남진의 노래와 인생을 다룬다. ‘님과 함께’를 시작으로 ‘가슴 아프게’, ‘빈잔’, ‘울려고 내가 왔나’ 등 남진의 히트곡을 들려주면서 그의 인생 역정을 풀어냈다. 쟈니리, 설운도, 백일섭, 김창숙 등 그와 활동했던 연예인과 장윤정, 장민호, 송가인 등 후배 가수의 인터뷰도 담았다.
◆한국사회 돌아보는 영화들=한국사회 현주소를 돌아볼 만한 영화들도 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계나가 한국에서 일하며 사는 데 지쳐 새 삶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내용이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해외 이주가 맞는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두 곳에서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청춘의 고민을 그린다. 배우 고아성이 방황하는 캐릭터인 계나를 연기했다.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장손’은 경북의 시골 마을에서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운영하는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목한 듯하면서도 내밀한 상처를 품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서울에서 무명 배우로 근근이 사는 손자가 제삿날을 맞아 고향 집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에게’는 한 가족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를 키우며 겪는 일들을 담았다. 상연은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열정을 불태웠지만, 쌍둥이 중 아들이 자폐성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며 삶이 180도 바뀐다. 연출을 맡은 이상철 감독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겪을 법한 에피소드를 담담하면서도 실감 나게 풀어내 공감을 부른다.
‘딸에 대하여’는 치매노인 돌봄과 성소수자 문제를 조명한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피붙이 하나 없는 치매 할머니를 정성으로 돌보지만, 요양원은 돈 안 되는 일에 매달린다며 눈치를 준다. 집에 돌아와도 엄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다 큰 딸이 전세보증금이 없어 집으로 들어왔는데 동성 애인을 함께 데려왔다. 영화는 엄마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작위적인 전개 없이 보여준다.
◆추억여행 하고 싶다=1980∼1990년대로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재개봉작도 추석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영상 시인’ 타르코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희생’은 지난달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했다. ‘희생’은 1986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세 가지 색’ 3부작 중 ‘블루·화이트’도 4K 리마스터링으로 볼 수 있다. ‘세 가지 색: 레드’는 18일 개봉한다.
키라 나이틀리 주연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국내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18일 재개봉한다.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한 ‘비포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비포 미드나잇’,
2017년 개봉했던 ‘러빙 빈센트’도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메가박스는 ‘라이온 킹’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12∼18일 단독 재개봉한다. 11∼24일에는 ‘추석 특선! 우리가 사랑한 애니메이션 기획전’을 연다. 이 기간에 ‘인사이드 아웃’ ‘모아나’ ‘주토피아’ ‘코코’ ‘엘리멘탈’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