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이유로 출동한 119 구급차를 기다리게 한 환자에게 언성을 높였다가 경고처분을 받은 구급대원이 소송을 통해 취소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 7일 오전 7시경,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자 A씨는 해외에서 암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후 열이 심하게 나고 있어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상황실 근무자가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A씨는 몸살감기로 며칠 동안 씻지 못했음을 알리며 샤워할 시간을 요청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후 구급차가 도착할 것이라고 안내했고, A씨는 그 사이 샤워를 했다.
하지만 구급차는 22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고 A씨는 6분 후에 로비로 내려왔다.
그러나 30대 구급대원 B씨는 A씨에게 “구급차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했고 이에 A씨는 불쾌감을 느끼며 다음 날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 사건에 대해 감찰 조사를 시작했고, 구급대원 B씨는 같은 달 28일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인천소방본부는 B씨의 행동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며, 개인적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다만 B씨의 과거 공적을 고려하여 서면 경고 처분으로 그치기로 했다.
소방 공무원의 징계는 여러 단계로 나뉘며, 경고 처분은 공식적인 징계에 해당하지 않지만, 향후 1년간 근무 성적이나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B씨의 경고 처분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에 시달린 구급대원에게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B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하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2월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자신이 국가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산하 기관인 인천소방본부에 의해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B씨는 소송에서 “경고 처분을 하기 전에 사전 통지를 받지 못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는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민원인에게 “다른 응급환자를 위한 출동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언성을 높인 점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결국 인천지법 행정1-2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인천시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소방 공무원에 대한 경고 처분이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하며,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B씨에게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소방본부는 B씨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상황을 고려하여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신고자는 악성 민원인이 아니었으며, 30분 지연 출동 또한 상황실 근무자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경고 처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