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들의 생명줄인 낙동강 물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올여름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녹조가 창궐하면서 부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녹조라테’라고 불리는 낙동강 물을 정수해 350만 부산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신을 깨끗이 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11일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취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에 조류경보 발령이 50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의 남조류 세포수는 지난달 27일 ㎖당 35만세포로 조사돼 최고치를 찍었다. 조류경보제 시행 이후 남조류 세포수가 ㎖당 53만세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 무려 196일간 경보가 발령됐고, 2018년에는 세포수가 ㎖당 100만세포 이상일 때 발령되는 ‘대발생’ 단계 직전까지 치솟아 취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수온이 떨어지더라도 당분간 ‘경계’ 단계를 유지할 전망이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녹조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연차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20억원을 투입해 화명과 덕산정수장에 분말활성탄 저장·투입시설을 설치한 데 이어, 올 연말 200억원을 투입한 24㎥ 규모의 입상활성탄 재생시설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 운영 중인 입상활성탄 재생시설 1기를 포함해 총 2기를 가동하면 입상활성탄여과지 활성탄 교체 주기가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미량 유해물질과 냄새 물질 제거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물금·매리 취수구로 녹조 유입을 방지할 방법이 10m 이상의 심층 취수가 가능한 ‘선택형 취수탑’이라고 판단하고, 현재 경남 양산시와 공동으로 96만5000t 규모의 광역취수탑을 설계 중이며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10m 깊이에서 취수하면 남조류 유입을 9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또 녹조 독성으로 인한 시민들의 수돗물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조류경보가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되면 기존 주 2회 실시하던 9종의 조류독소 물질과 냄새 물질 2종에 대한 분석을 매일 실시하고, 명장·화명·덕산 3개 정수장에서 고도정수처리공정을 운영한다. 일반정수 공정에 고도정수처리 공정(입상활성탄+오존)이 추가 운영되면, 조류독소 물질과 냄새 물질은 모두 제거된다. 다만,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가정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 확보를 위해 적정량의 염소소독을 실시하며, 이로 인해 수돗물에서 염소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또 수돗물에 대한 시민 불안과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해 ‘수돗물 수질 및 물맛 평가’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순수 민간으로 구성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매월 자체적으로 선정한 검사기관에 채수한 수돗물을 맡겨 수질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한다.
김병기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아직 기온이 높고 강우 예보도 없어 조류증식 우려를 완전히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생산·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