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제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세운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 요구와 관련해 “(협의체에) 전제 조건을 걸고 의제를 제안해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계의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서도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나.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의료계의 불참으로 협의체 구성이 여의치 않자 정부가 반대하는 의료계 요구 사항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하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를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의료계가 불참하면 협의체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양보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반발에 밀려 이미 많은 걸 양보하고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불가’만 붙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권여당 대표가 개혁의 마지노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빌미를 준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를 제한 없이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다.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자충수 아닌가.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통령실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올해 의대 정원 조정만큼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수시 접수 사흘 만에 의대 정원의 7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게 안 보이나. 대입 전형을 심의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변화가 발생하면 입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과의 약속인 입시가 원칙 없이 흔들려선 안 된다. 무엇보다 의대 증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의료계도 한 대표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하다고 한다. 전공의·의대생 대표가 의협 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직역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통일된 의견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들을 제외하곤 ‘2026년 의대 정원 조정부터 논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현실적’이란 의견이 모인 데 주목해야 한다. 한 대표가 본인 공적을 세우는 데 집착해 무리수를 둬선 안 된다.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도 풀기 어려운데 엇박자를 내면서 해결할 수 있겠나. 여당 대표의 말은 더 신중해야 한다.
[사설] 2025년 의대 증원 논의 시사한 한동훈, 혼란만 키울 뿐
기사입력 2024-09-11 23:12:04
기사수정 2024-09-11 23:12:03
기사수정 2024-09-11 23:12:03
“의제 제한 없다” 의료계 참여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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