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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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방문진, MBC 100억대 투자손실 방치”…방문진 “정치적 위법 감사”

감사원 “美 부동산개발로 105억 피해
자회사 적자경영 관리도 소홀”

방문진 “정치 목적 위법 감사”
“MBC의 독립성·영업·언론 자유 존중”

MBC가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원을 투자해 모두 날리는 등 거액의 경영손실을 내는 동안, MBC의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보수 성향의 언론단체가 감사 청구를 낸 지 약 2년 만이다. 방문진은 이날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며 반박했다.

 

이날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원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총 1905억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 중 미국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한 105억원은 전액을 손실했고, 그 외 투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진(제11기)은 2021년 2월까지 이 같은 MBC의 중장기 대규모 투자 현황 등을 보고받지 못했고, 보고받은 후에도 적절한 감독·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건물. 뉴스1

이날 보고서에는 방문진이 MBC의 자회사 적자경영을 방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MBC는 2019년 12월 자회사 MBC아트를 흑자 기조로 만들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안과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상정했고, 방문진은 원안대로 의결했다. 당시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명예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 임원 임금반납 등이 담겼다. 이후 MBC아트는 2020년 반짝 흑자를 냈지만, 다시 적자경영 상황으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2021년부턴 임원 임금반납 등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시행되지 않았고, 방문진이 이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의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회수 지연과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 계약 관련 투자금 미회수 사실을 알고도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문진은 이날 10페이지에 이르는 입장문을 내고 “애초부터 기각되었어야 할 감사,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고 반발했다. 방문진은 입장문에서 “감사원은 방문진은 무슨 부패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령을 위반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며 “‘그 자체로 타당성이 의심되는’ 감사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MBC는 오로지 시장의 영업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운영하며 정부나 방문진으로부터 어떠한 공적 재원도 지원받지 않는다”며 “(방문진은) 경영진의 구체적 경영 판단과 활동에 일일이 개입하고 간섭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은 MBC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업 및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