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판세를 좌우할 분수령인 첫 TV 토론에서 북·미관계를 비롯해 경제, 재생산권(낙태권), 이민, 가자지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환경 등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격돌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은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판정승한 토론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ABC방송이 주관해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했다”며 “당신(트럼프)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독재자들이 응원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당신을 아첨과 호의로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인용한다며 “중국과 북한이 트럼프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정된 90분을 넘겨 약 105분(광고 등 포함)간 진행된 토론에서 경제 문제와 관련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중산층을 위한 유일한 후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임기에 인플레이션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선 최대 쟁점이 된 재생산권과 관련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재선하면 전국적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공격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낙태 금지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선거일까지) 56일이 있고 할 일이 많다”며 “우리는 펜실베이니아를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나는 내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3대1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오늘 (트럼프의) 큰 승리였다고 말한다”고 자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상대도 안 됐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이 미국을 이끌 최고의 선택임을 증명했다”라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해리스가 첫 번째이자 어쩌면 유일할 수 있는 화요일 밤의 1시간 45분간 토론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화를 돋웠고, 트럼프는 미끼를 다 물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 실시한 여론조사(605명 대상)에서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했다는 응답자는 37%였다. 워싱턴포스트(WP)가 토론 직후 경합주 유권자 25명에게 ‘누가 토론에서 승리했는지’를 물은 결과에선 23명이 “해리스가 이겼다”고 답했다. 추가 대선 후보 토론은 아직 예정되지 않아 11월 5일 치러지는 대선 전까지 이번 TV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