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 임원 연임 허용 심의제도가 불공정하다며 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비정상적인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3선 도전의사를 드러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문체부가 사실상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9일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허용심의 관련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대한체육회와 회원단체 임원의 임기는 1회 연임할 수 있고, 3선 이상을 원할 경우 대한체육회 산하 위원회인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자격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체부는 회장 연임의 열쇠를 쥔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위원회 구성은 대한체육회장의 권한이다. 결국 이 회장이 연임을 원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고른 임원으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한 이후 2019년 5월부터 지금까지 공정위를 이끌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임기 연장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런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 기피, 회피’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또 문체부는 이 회장이 연임 기준에 부합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29조 1항에 따르면 재정 기여나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만 연임 제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계량화가 명확하지 않아 연임을 판단할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봤다. 대한체육회는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통과점수가 존재하지 않는 등 위원들의 합리적 판단뿐 아니라 심의 대상자의 예측 가능성조차 확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심사가 이뤄져 왔다고 본 것이다.
체육계는 이 회장이 내년 1월로 예정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이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서는 출마를 제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거물급 인사가 도전장을 내밀어 이 회장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주자로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꼽힌다. 유 전 위원은 지난 9일 탁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개했다. 유 전 위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IOC 선수위원과 경기 단체장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에 기여하고 싶다”며 “체육인들과 함께 건강하고 존경받는 대한체육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신욱 전 단국대 교수와 안용규 전 한국체대 총장 등도 이번 선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 전 교수는 지난 선거에서 2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 회장(득표율 46.4%)을 위협했다. 안 전 총장은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 출신으로 한국 체육 곳곳에 퍼져있는 한국체대 인맥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