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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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비웃음’ 도발에… 트럼프, 미간 찌푸리며 ‘발끈’ [美 대선 TV토론]

날선 105분 공방 이모저모

해리스, 먼저 손내밀어 악수 청해
트럼프, 사회자 말 끊고 딴소리도

美 언론 “양쪽 결정타는 없었지만
해리스가 토론 주도… 유효타 날려”

해리스 측 “두 번째 토론 준비됐다”
트럼프는 “왜 또 해야 하나” 시큰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0일(현지시간) 대선 TV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직후 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춤했지만, TV토론을 계기로 다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첫 TV토론에 앞서 악수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AFP 연합뉴스

이날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시작부터 주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장에 입장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카멀라 해리스다”라고 말했다. 6월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악수를 하지 않았는데, 이를 의식하고 먼저 다가가 악수를 요청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등 사실과 다른 언급을 하자 비웃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이 오른 듯 특유의 미간을 찌푸리는 행동을 여러 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사회자의 말을 거의 끊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시로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토론을 주관한 ABC방송은 토론 뒤 자체 해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화나 보였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계속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딴소리’도 계속됐다. 경제 관련 토론이 진행되는 중 국경 문제를 언급하자 진행자인 데이비드 뮤어는 이민 관련 질문이 따로 있다고 주의를 줬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닌 때에도 꺼진 마이크 너머로 상대의 발언에 반박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반도체 칩을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꺼진 마이크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는 여러분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자 “(참모진들이) 그녀에게 말하라고 갖다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마이크가 꺼진 사이 상대방 발언 도중 찌푸리는 표정을 짓는 등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토론이 끝나자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홈페이지 첫머리에 ‘해리스는 트럼프를 방어적 자세로 몰아넣었다’, ‘해리스가 치열한 토론에서 트럼프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방어적으로 만들었다’, ‘해리스가 트럼프를 날카롭게 공격하고 불같은(fiery) 언변으로 반박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해리스는 조 바이든이 하지 못한 방식으로 트럼프에 대항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가 계속해서 트럼프의 신경을 긁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화나게 했다’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폭스뉴스는 토론에 대해 ‘트럼프, 해리스 및 사회자들과 스파링’이라고 평가했다. 토론을 진행한 ABC방송 사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미 언론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양쪽 모두 결정적 펀치는 없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을 주도하며 잽과 스트레이트 펀치 등 유효타를 꾸준히 날렸다는 평가다.

 

NYT는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녹아웃(knockout) 타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억만장자와 대기업의 친구로, 트럼프는 해리스가 국가를 이끌기에 너무 진보적인 인물로 묘사하려 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WP가 경합주 7곳 출신의 유권자 25명을 섭외해 토론 결과에 대해 질문했더니 평가가 엇갈렸다. 경제·물가 분야에서 경합주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답을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선 16명의 유권자가 해리스 부통령에, 9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나 TV토론 등의 경험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한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막상 실전에서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한 것도 판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레이스를 시작해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언론 매체 등에 노출되면서 반복적인 발언을 해온 만큼 해리스 부통령과 비교해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 TV토론을 벌인 바 있고, 공화당 전당대회와 선거유세 등에서 장시간 연설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수차례 반복해 왔다.

 

성공적으로 TV토론을 마친 해리스 부통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두 번째 토론을 압박하고 나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내놨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성명에서 “오늘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모든 사안에서 무대를 지배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두 번째 토론할 준비가 됐다. 트럼프는 준비가 됐느냐”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후 언론 인터뷰에서 2차 TV토론에 대해 “아마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왜 또 토론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공정한’ 방송이 주관한다면 또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영준·이민경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