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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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1년… 김정은, 2025년 러시아 전승절 참석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니치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1년이 되는 가운데 북·러 관계는 김일성·흐루쇼프, 김정일·푸틴 시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 동북아안보정세분석(NASA) ‘보스토치니 정상회담 1년: 러북 협력 평가 및 전망에서 두진호 국제전략연구실장과 손효종 연구위원은 이같이 밝혔다. 발간물은 우리 정부 북방정책의 영향으로 ‘잊혀진 동맹’으로 전락했던 북·러관계는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수직상승했고 동 조약에서 언급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과학기술 교류 및 공동연구 △포괄적 경제협력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과거와 변화된 특징으로는 지난 6월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군사 교육에서의 교류협력이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김금철 북한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총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 총참모대 등 군사 교육기관을 방문한 것은 북한군 장교단의 러시아 군사 교육기관 위탁 교육 등 교류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장교단의 러시아 파견은 1990년 한국과 소련의 수교,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1992년 러시아 프룬제 군사아카데미 출신 북한 장교단의 쿠데타 모의사건으로 중단된 바 있다.

 

다만 지난 6월 체결한 북·러조약 제3조7가 평시 위기관리를 위한 상시 안보 협의 그룹 창설을 시사한 만큼 러시아와 북한 군사 교육기관 간 교류협력 복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연합연습·훈련 등에 대비한 상호 이해증진 및 군사적 신뢰 구축도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북·러 간 군사기술협력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7월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방산담당 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차관급으론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독대한 것은 군사협력 및 군사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러시아는 북한의 노후화된 해·공군 무기체계의 성능개량 사업에 관여하고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와 탄약 공급, 돈바스 지역 등 전후 재건사업에 필요한 노동자 파견 등을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한 방산기술전시회 ‘Army-2024’에 북한군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김정식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참석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부부장은 유엔 및 국제사회의 제재대상 인물로, 해외여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정식 부부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간 인공위성 등 우주 분야는 물론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협력을 강조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의 대외정책 중심도 급속도로 러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고 신의주시를 포함한 지역에 대규모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북한은 우리 정부나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이 제안한 인도적 지원도 거절했지만 러이사의 지원은 수용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지난달 북한 노동신문은 푸틴 대통령의 홍수 피해 관련 위로 서한을 공개하며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북한보위부가 북한 지역에 식량, 설탕, 버터, 식용유 등 러시아 수해지원 물자가 공급되자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선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평양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고 이를 수용할 경우 제80주년 전승 기념일 계기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1년 모스크바 방문 이후 24년 만에 실현되는 정상 방문이 된다. 김 위원장이 기념식에 참석한다면 북·러 정상 간 전략적 소통을 확립할 수 있고 붉은 광장에 집결한 글로벌 사우스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고립 탈피 및 정상국가화라는 전략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