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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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대물림 악습 여전…’ 군산 중학교 야구부 후배 폭행 경찰 수사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운동부 선후배 사이에 기강 확립을 명목으로 대물림 되는 악습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11일 군산경찰서와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군산 지역 한 중학교 야구부 2학년 학생 A군이 3학년 선배들로부터 폭행과 함께 강제 추행까지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학 운동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A군은 올해 초와 지난 6월 3학년 선배 5명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배와 동급생이 보는 앞에서 선배들이 (나의) 바지를 벗기고 신체 중요 부위를 만졌다”며 “이로 인해 큰 수치심을 느꼈고 고통스러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A군은 이런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고 교육 당국이 조사한 결과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A군이 또 다른 가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운동부 ‘군기’를 잡겠다며 동급생과 함께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1학년 후배 9명을 괴롭히고 때린 것이다. 운동부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고 그 피해자가 또 다시 한 학년 후배를 폭행하는 악습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런 악습으로 프로 선수를 꿈꾸던 한 학생은 고심 끝에 야구를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야구부를 그만둔 학생의 부모는 “아들이 학교에서 잦은 폭행이나 언어 폭력 등을 당하는 경우를 차마 계속 지켜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 야구부에는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이 3명이 있었지만, 운동부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폭력 등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구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야구할 땐 다 같이 협력하고 지시를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폭행 등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에 조사관을 배정해 학교 폭력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피해 학생 등이 요청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성추행 건의 경우 신고가 접수된 만큼 가해 학생들을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이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2020년 7월에도 야구부 5학년 학생 B군이 6학년 주장에게 폭행당해 크게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B군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주장이 갑자기 가슴과 등 부위를 몸으로 밀쳐 교실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B군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머리뼈 폐쇄성 골절과 출혈, 다발성 타박상 등이 발견돼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경과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와 정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과 함께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진로 변경을 학부모에 권고할 정도였다.

 

키 170㎝로 동급생들보다 체격이 뛰어난 데다 대회에서 13타수 11안타를 칠 정도로 타격감도 탁월해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꼽힌 B군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다.

 

피해 학생 부모는 학폭위 개최를 요구했으나, 위원들은 “애들끼리 고의성 없이 장난하다 벌어진 안전사고”로 규정하고 가해 학생에 대해 형식적 처분만 내렸다. 피해 학생 부모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 학생을 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군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