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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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 평균자책점 5.36으로 리그 꼴찌, 무엇이 문제일까

프로야구 SSG의 토종 에이스 김광현은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0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전신인 SK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SK가 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지인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한화)를 1차 지명에서 뽑지 않고 포수 이재원(한화)을 뽑은 이유는 여럿 있었다. 박경완의 대체자를 찾기 위함이었고, 류현진이 2004년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것도 한 몫 했지만, 김광현의 존재도 이유 중 하나였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시절부터 또래들보다 한 차원 아니 두 세 차원 위의 기량을 자랑했다. 2005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서 유일한 고교 2학년생으로 대표팀에 뽑혔던 김광현은 그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2승을 모두 책임졌다. 고3에 출전한 2006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선 예선부터 결승까지 4승을 거두며 대회 MVP로 선정됐다. 고교 시절부터 떡잎이 남달랐던 선수였다.

 

다만 프로의 벽은 높았을까. 데뷔 시즌인 2007년 정규리그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반전은 한국시리즈에서 일어났다. 그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SK가 1승2패로 밀리던 4차전에 김광현은 깜짝 선발로 등판했다. 상대 선발은 정규리그에서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을 기록했던 다니엘 리오스였기에 누가 봐도 두산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김광현은 7.1이닝 1피안타 9탈삼진 2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SK의 4-0 승리를 이끌었고, 이 승리가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며 SK는 4승2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의 완벽투로 자신의 잠재력을 알린 김광현은 2년차였던 2008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단숨에 KBO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2020~2021년 2년간 메이저리그 진출을 빼면 SK, 그리고 SSG의 토종 에이스로서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든든하게 해냈다.

 

그랬던 김광현이 프로 데뷔 18년차인 2024년에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11일 인천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해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6실점으로 부진했다. SSG가 2-10으로 대패하면서 김광현은 시즌 10패(9승)째를 당하고 말았다.

 

올 시즌 기록만 보면 김광현이 맞는지 눈이 의심될 정도다. 28경기에 등판해 146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5.36에 달한다. 데뷔 이후 최악의 평균자책점이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규정이닝을 채운 18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최하다. 불과 2년 전인 2022시즌에 평균자책점 2.13으로 리그 2위였고, 지난해에도 3.53으로 수준급 활약을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갑작스런 부진이다.

 

구속이 갑자기 확 떨어진 것도 아니다. 김광현의 올 시즌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3.9km로 2022년(시속 145.3km), 2023년(시속 144.3km)에 비해 두드러지게 떨어지지 않았다. 탈삼진 능력도 9이닝 당 8.38개로 지난 두 시즌에 비해 더 낫다. 볼넷이 현저하게 많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9이닝 당 홈런 허용 개수가 데뷔 이후 최악인 1.48개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0.52개, 0.59개로 좀처럼 홈런을 맞지 않는 투수였던 김광현이지만, 이제는 플라이볼이 뜨면 홈런을 걱정해야 하는 투수가 됐다. 9이닝당 1.48개의 홈런 허용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뒤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즌 내내 4~5위를 오갔던 SSG는 시즌 막판 부진을 거듭하며 가을야구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꺼져가던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갔던 SSG는 11일 에이스인 김광현이 등판한 경기에서 대패를 당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11일 기준 62승2무68패를 기록 중인 SSG는 5위 두산(65승2무66패)과의 승차는 2.5경기. 따라잡지 못할 격차도 아니지만, 좀처럼 따라잡기 쉽지 않은 차이기도 하다. 과연 남은 일정 동안 김광현이 명예회복에 성공하며 SSG의 가을야구행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