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한 것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이 같은 거짓 주장을 반복한 뒤 아이티 출신 미국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 책임자인 바일스 도세인빌(38)은 센터에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면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자신의 한 친구는 이런 적대감에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프링필드의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TV 토론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아이티안타임스는 보도했다.
아이티 이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는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종차별적인 표현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증폭되면서 아이티계 주민들이 집 앞에서 괴롭힘과 폭행,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D 밴드 상원의원도 SNS에서 비슷한 거짓 주장을 퍼트렸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역시 이번 대선 토론을 앞두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거짓 주장을 키웠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하지만 스프링필드 시 당국자들은 로이터에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믿을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 문제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으로 중서부 소도시 스프링필드가 대선 레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이민자들에 대한 거짓 주장은 스프링필드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줬지만, 이민자 때문에 학교, 병원 등을 이용하기가 이전보다 힘들어졌고 임대료도 올랐다는 것이다.
인구가 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연방 식량 지원 및 복지 프로그램 신청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오하이오주 운전면허가 없는 아이티인이 몰던 차가 스쿨버스를 들이받아 11세 아이 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네이선 클라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향해 아들의 죽음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스프링필드 시 위원회 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만약 백인 남성이 "내 아들을 죽였다면 증오를 내뿜는 사람들의 무리가 우리를 내버려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 등 정치인들이 아들의 이름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면서 "제발 증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인구 5만8천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약 3년간 1만5천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유입됐다.
로이터는 "지난 3년간 아이티에서 온 1만5천명의 이민자들이 성장통과 함께 일부 경제 부흥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스프링필드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이티계 미국인은 약 110만명으로, 이 중 약 절반은 이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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