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 알바레스가 연출한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상영 중이다. ‘로물루스’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에이리언’(1979)과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에이리언스’(1986)가 다룬 사건들 사이에 벌어졌음 직한 사건을 다룬다. ‘로물루스’는 1979년작의 마지막에서 파괴되어 우주에서 떠도는 노스트로모호의 잔해를 어떤 우주선의 승무원들이 수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외계의 광물 추출 식민지인 잭슨이라는 행성에서 일하는 가난한 젊은 노동자 다섯 명이 이 희망이 없는 행성에서 탈출하기 위해 로봇 앤디를 데리고 회사가 관리하지 않은 거의 폐기된 우주선 로물루스와 레무스로 가서 쓸 만한 물건을 수집해 자기들의 화물선에 싣고 9광년 떨어진 다른 행성 이바카로 떠나려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1979년작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에이리언에게 쫓기면서 이들은 하나씩 죽는다. 이는 마치 미친 남성 연쇄살인마가 한 명씩 죽이는 1970년대 이후의 주요한 공포영화인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할로윈’ 시리즈,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같은 슬래셔 무비 장르와 비슷하다. 슬래셔 무비에서는 보통 마지막에 연쇄살인마와 마지막 여성이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데 이런 관습을 ‘파이널 걸’이라고 부른다.
이야기 진행상 ‘로물루스’가 1979년작과 비슷하지만 다른 면에서 비교할 만한 점이 있다. 1979년작의 노스트로모호의 승무원들은 우주선을 조종하는 관리계층과 우주선 안에서 잡일을 하는 노동자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로물루스’에서는 로물루스에 접근하는 전원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자 계급이다. 인종적으로는 1979년작이 흑인 노동자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백인이었는데, ‘로물루스’에서는 완전한 유럽계 백인은 드물고 흑인, 아시아계, 라틴계/인도계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1997년작 ‘에이리언: 리서렉션’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에서 외견상 뛰어난 지능과 강한 신체적 능력을 지녀서 우주선 선원들을 돕는 로봇으로 주로 백인 남성이 계속 등장했다. 그런데 ‘로물루스’에서 이런 로봇 역할을 흑인 남성이 맡았다.
1979년작에서는 결국 보안담당인 중산층 백인 여성 직원 리플리가 파이널 걸로서 살아남는다. ‘백인 파이널 걸’의 등장은 1970년대까지 서구에서 불었던 페미니즘 운동이 영화에 반영된 현상이다. ‘로물루스’에서는 백인 여성, 라틴계 여성, 아시아계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아시아계가 겉돌다가 제일 먼저 죽는다. 즉, 서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인종부터 차례대로 에이리언의 희생자가 된다. 만약 차기작을 아시아계 작가와 연출자가 맡으면 이런 성, 인종, 계급의 성격 구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