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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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 암흑기의 시대 현상 분석

한국문학사의 두 공간, 세 가지 글쓰기/ 김윤식/ 윤대석 엮음/ 소명출판/ 1만6000원

 

1942년 10월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항일독립운동 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했다. 한글 맞춤법 통일과 외래어 표기법 제정 등 우리 말과 글 연구와 보급에 힘쓴 조선어학회 주요 인사 등 33명을 체포하고 상당수를 재판에 넘겼다. 저자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제가 한국 문학까지 제도적으로 통치하겠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규정한다. 이후 식민지배를 벗어나기까지 약 3년 동안은 한국 근대문학의 암흑기였다고 강조한다. 이 기간 우리 작가들은 한글이나 일본어로 글을 썼고, 같은 사람이 두 언어로 쓰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 3년을 ‘이중언어 글쓰기 공간’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어 “어느 국가의 문학으로도 소속되기 어려운 공간”이라면서 “한 작가가 모국어로도 쓰고 일본어로도 쓰고 하는 문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항이 문화 연구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소개한다.

김윤식/ 윤대석 엮음/ 소명출판/ 1만6000원

이 책은 2007년 1월 8∼11일 진행된 국문학자 김윤식(1936∼2018)의 강연을 녹취해 정리한 것이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가 그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자 기획 출간했다. 당시 강연은 용산구 해방촌의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 너머’에서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과 웃음 속에서 이루어졌다. 강연은 일제 말기의 이중언어 글쓰기, 해방 공간의 민족문학 글쓰기, 학병 세대의 체험적 글쓰기라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들은 김윤식이 2000년대 들어 가장 집중해서 연구한 분야로, 그 기저에 있는 문제의식을 탐구한다. ‘문학’ 대신 ‘글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시대적 현상을 분석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