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배우고 있어요”
2024 박신자컵에서 아산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신고식을 치른 한엄지(26·180㎝)가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엄지는 “한 번쯤은 위성우 감독님에게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계속 혼나기만 해서 슬프긴 하지만 주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치를 떨 정도’로 무섭지는 않고 오히려 좋으신 분 같다”고 웃었다. 이어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전주원 코치님에게 많이 배웠는데, 우리은행에 와서도 전 코치님에게 세세한 것들을 전수받고 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스텝이나 손 위치 이런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엄지는 10년 전인 2014년 제39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교 농구대회에서 삼천포여고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1학년이던 한엄지는 언니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천 신한은행에 지명된 한엄지는 매 시즌 성장했고, 2020~2021시즌에는 평균 10.7득점 4.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된다. 하지만 2021~2022시즌엔 무릎부상으로 단 3경기 출전에 그치며 성장세가 꺾인다. 자유계약선수(FA)로 부산 BNK로 팀을 옮기고 난 뒤에도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엄지는 “부상 후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제가 잘 못 했던 것”이라며 “왜 잘 안 될까 하다가도 농구선수로서 끓어올라야 하는 승부욕도 서서히 꺾이는 것 같아 걱정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런 한엄지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 우승 주역 박혜진이 FA 자격을 얻어 BNK로 떠나게 되면서 보상선수로 프로 세 번째 팀에 입단하게 됐다. 한엄지는 “(유)승희 언니나 (김)단비 언니, 또 (박)혜미 언니와도 함께 뛴 적이 있어 낯설지 않다”며 “우승팀에 왔다는 부담감보다 그저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한엄지는 2024 박신자컵에서 치른 네 경기 가운데 두 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등 13득점 9.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위 감독도 한엄지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엄지는 “대회 전 훈련했던 걸 10%는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면서도 “아직 잘하고 있다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1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며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엄지의 새 시즌 목표는 특별히 세우지 않았다. 그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며 “훈련을 통해 익히고 배운 것들을 코트 위에서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