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관저 이전의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감사 기간을 7차례나 연장한 끝에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지 1년8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다. 그해 진행됐던 대통령실·관사 이전 공사 계약 총 56건(규모 341억여원)이 감사 대상이다. 당시 이전이 워낙 급하게 이뤄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호실을 중심으로 꼼수와 비리, 탈법이 난무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해 발주된 모든 공사의 시공업체 선정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보안상 필요한 경우 수의계약 자체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계약체결 전에 관저 보수 공사, 방탄창호 공사 등이 착수됐고, 국가계약 및 건설공사 관련 법령이 여러 차례 지켜지지 않았다. 경호실이 주도한 방탄창호 공사에서는 고가 계약체결로 인해 15억7000만원 상당의 국고손실이 발생했다. 전체 방탄 창틀 제작비용이 1억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실제로는 17억원을 지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책임자와 민간업자의 비위도 확인됐다. 경호처 간부는 민간업자가 단순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했다. 경호처 직원이 퇴직한 선배 소유 땅을 공사 관계자에게 시세보다 4000만원이나 비싼 값에 강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관저 보수 공사에서는 19개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을 맡았다. 또 행정안전부는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공사비 3억20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 감사원은 경호처 간부에 대해 파면을 요구했고, 대검찰청에 수사도 요청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 등 관련 부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이번 감사의 핵심 이슈는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콘텐츠 관련 업체가 관저 공사를 어떻게 수주했느냐는 것이다. 해당 업체가 실적이 없는데도 코바나콘텐츠를 후원한 대가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해당 업체에 연락한 당시 인수위원회 TF 분과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권한 내에서 최대한 조사했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지만, ‘수박 겉핥기 감사’에 그치고 말았다. 의혹 해소에 미흡한 만큼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사설] 7차례 연장했지만, 알맹이 없는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기사입력 2024-09-12 23:56:45
기사수정 2024-09-12 23: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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