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진 자리 ‘그라운드 제로’에서 6개월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한 톰 베이러는 65세가 되던 2020년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오랫동안 다니던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베이러는 사고 직후 마스크나 다른 보호 장비 잔해 더미 주변에서 약 48시간을 내리 근무했고, 이후 6개월 동안 매일 12시간씩 사건 현장에서 근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11 테러 23주기인 11일(현지시간) 9·11 테러 현장에서 근무했던 구조대원들이 인지장애와 치매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테러 당시 현장에 근무했던 5010명을 대상으로 1년6개월마다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먼지나 파편 등에 더 심하게 노출될수록 65세 이전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유의미하게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WP는 전했다. 65세 이전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은 사람과 비교하면 최대 14배나 발병률이 높았다.
9·11 테러 당시 현장 근무자들이 암, 호흡기 질환, 정신 건강 질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세계무역센터 건강프로그램’ 법안을 처리했지만, 인지장애와 치매 발병률도 높다는 결과는 지난 6월에서야 처음으로 발표됐다.
매체는 의사들과 관련 단체 등이 세계무역센터 건강프로그램에 치매를 보장 대상 질병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인지장애나 치매가 발병하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등이 있어 보장 대상에 포함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