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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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6명이 간호조무사 시켜 589차례 대리수술

수술 봉합·여성 성형술 등 맡겨
병원장 항소심도 2년6월 실형
간호조무사엔 집행유예 3년

간호조무사가 500여차례 의사 대신 봉합수술을 집도한 사건의 항소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부산고법 울산 제1형사부(재판장 반병동)는 사기·의료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6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과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판부는 지난달 말 울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 A씨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병원 의사이자 또 다른 원장인 B·C씨, 대리수술을 한 간호조무사 D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B씨는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사 등은 1심 형량이 무겁다고, 검찰 측은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D씨는 2014년 12월부터 해당 산부인과에서 수술보조로 근무했다. 병원장을 비롯한 이 병원 의사들은 수술 마무리 봉합을 D씨에게 맡겼다. 의사들이 수술을 한 뒤 D씨에게 피부봉합을 맡기면, 다른 간호사들이 D씨가 진행하는 피부봉합 등을 보조했다.

 

2018년 5월까지 약 4년간 D씨는 제왕절개 수술과 요실금 수술, 소음순 성형 등 여성성형술, 복강경 수술 등에 589차례 참여했다. 울산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성형술 등을 D씨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도 했다. 병원 측은 이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로 8억4000여만원을 타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산모와 신생아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의료법령을 준수해야 할 의료인들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고, 이 사건으로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상당히 훼손돼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일부 무면허 의료행위가 무죄인 점, 피고인들이 일부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 등은 재판과정에서 현재 병원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간호사들의 진료지원(PA) 업무를 양성화하는 간호법이 입법화하고 있는 것을 자신들의 형량을 줄일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단체는 해당 법안에 대해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양성화한다’는 이유로 입법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사인 피고인들의 행태와 이율배반적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