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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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이후 2년…“나홀로 근무, 매뉴얼도 작동 안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2주기, 여전히 불안한 역사 안전”
“7월 기준 100개 넘는 근무 조에서 ‘나 홀로 근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2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사건 발생 뒤에도 여전히 역사 직원들과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12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나 홀로 근무’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피해자가 단독근무 중 사건이 발생한 만큼 역사 직원과 이용객 안전을 위해선 ‘2인 1조’ 근무가 절실하단 입장을 밝혀왔다.

김태균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주최한 기자회견 '신당역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한 시민과 노동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송민석 노조 역무본부장은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3월 1∼8호선 262개 역의 모든 근무조에서 2인 1조 근무가 확립됐다고 공표했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며 “올해 7월 기준 100개가 넘는 근무 조에서 2인 1조가 불가능한 ‘나 홀로 근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과 젠더폭력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희롱을 겪은 여성 중 19.2%가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고 밝혔다. 이는 남성의 6.3%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송 본부장은 지난 7월 남성 역무원이 여직원 휴게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을 언급하며 “공사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과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사 발령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명단이 포함된 개인정보 파일이 내부 메신저로 공유된 사실을 짚으며, 공사의 대응 체계가 여전히 허술하다고 했다.

12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지난달 30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유가족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유가족은 공사가 직원에 대한 안전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살인이 벌어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태균 노조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해당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가해자가 사내망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할 수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공사가 개인정보를 적절하게 관리했다면 고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노동자의 안전보호 책임을 부정한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2주기 당일인 14일까지 신당역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이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는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연다.

 

2022년 9월14일 밤 전주환(31)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평소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형이 확정됐다. 피해자와 공사 입사 동기였던 전씨는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보내 협박하는 등 350여회에 걸쳐 스토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