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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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 尹정부 ‘탈원전 폐기’ 국정과제 본궤도

경북 울진에 11조 투입 1400MW급 2기
순조롭게 완공 땐 국내 원전 30기 가동

원안위 건설허가 예상보다 빨리 나와
2032∼2033년 완공 시기 앞당길 수도

원자로·펌프 등 계약 규모 4.9조 달해
업계, 채용·시설 투자 확대 대응 나서
정부 2038년까지 최대 3기 신규 건설
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 활기 전망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에 이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안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한국의 원전 생태계가 국내외에서 명실상부한 부활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2일 이뤄진 원안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허가는 윤석열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이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난 2021년 12월 29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원안위의 건설 허가로 사업자인 한수원은 2032∼2033년 경북 울진군 북면에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총 투입 공사비는 약 11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 조기 완공 속도 낸다

원안위의 건설 허가가 예상보다 빨리 나온 데다, 13일 바로 착공에 들어가면서 신한울 3·4호기 완공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전 건설은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정부 실시계획 승인, 원안위 건설 허가, 사업자의 건설, 원안위 운영 허가, 시운전 및 준공 등의 과정을 거친다.

조기 완공을 위한 여건은 성숙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문재인정부 때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잃어버린’ 원전 생태계 성숙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이미 본 공사에 앞서 정부 실시계획만으로 할 수 있는 터 닦기 공사를 끝내 놓은 상태다. 이번 원안위의 허가로 한수원은 최대한 빨리 원자로 터 굴착 등 본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원전 부지 공사와 별도로 원자로, 발전기 등 주기기는 이미 수주사인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제작 중이다. 윤석열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기조에 맞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신한울 3·4호기까지 투입되면 한국에는 총 30기의 원전이 가동되게 된다.

두 원전 건설로 인한 막대한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우선 주기기 계약 규모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로 펌프·배관·케이블 등 보조 기기 계약이 10년간 2조원 규모로 순차 발주될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본격화에 따른 대량의 일감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처럼 훈풍이 불게 됐다는 말이 원전 업계 안팎에서 들린다.

 

실제로 국내 300여개 원전 기업이 몰려 있는 경남 창원 지역 원자력 업계에서는 인재 채용을 늘리고 투자를 키우며 호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창원의 원전 업체인 삼홍기계는 최근 직원 10여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현재 직원은 115명으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가 위축됐던 3년 전보다 25명이 늘었다. 삼홍기계는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원전 기자재 제작과 관련해 약 5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또한 지난해 300억원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 핵심 부품 수주도 이뤄내는 등 당시 160억원으로 쪼그라든 매출이 지난해 277억원까지 회복했다.

다른 원전 부품 가공업체인 창원의 영진테크윈도 탈원전이 본격화된 2019년만 해도 공장 내 있던 9대의 원전 부품 가공기계 대부분을 중단한 상태로 있었지만, 현재는 원전 관련 수주가 늘어나면서 매출의 80%를 회복했다.

신한울 3·4호기 조감도

◆신규 추가 원전 건설·해외 수주에도 ‘청신호’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외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발전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게 된다.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간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늘려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보면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각각 2030년 31.8%, 21.6%를 기록하고, 2038년 35.6%, 32.9%로 높아진다. 현재 원전의 발전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선 2027년까지 한국이 적어도 10기 이상의 원전에서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수주를 따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향후 5년간 62기 이상의 원자로에서 다양한 납품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신규 대형 원전건설과 SMR 1기 신설 계획이 잡히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원가량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신기술·생산 설비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목표하는 수주량이 현재 생산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원전 추가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경쟁국으로부터 ‘자국 내 건설하지 않고 수출만 하려는 나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한국은 지난 7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앞으로도 불가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원전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가 16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