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민간인 우주 유영 시대 개막… 1호는 美 억만장자

스페이스X 새 역사

아이작먼, 드래건 캡슐 밖서 10분 체류
“지구가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감탄
여성 엔지니어도 뒤이어 우주 유영
민간인 4명, 36가지 실험 후 귀환 예정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우주 유영에 민간인이 나서며 민간 우주비행 시대가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탄 4명의 민간인이 푸른 빛의 지구를 배경으로 우주 유영에 성공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 정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우주 유영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서 본 지구 “첫 광경 꽤 좋다”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의 일환으로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에 도전한 억만장자 제러드 아이작먼이 12일(현지시간) 우주캡슐 ‘드래건’에 부착된 구조물을 잡고 우주공간을 경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간인 최초의 우주 유영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12분(한국시간 오후 7시12분) 시작됐다. 2021년 스페이스X와 함께 궤도비행을 하고 비행 및 개발자금까지 제공한 미국의 억만장자 제러드 아이작먼이 우주캡슐 ‘드래건’의 문을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며 역사적인 민간인 우주 유영의 첫 주자로 나섰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외부 활동(EVA) 전용 우주복을 입은 아이작먼은 한손으로 ‘스카이워커’라는 이름의 해치에 부착된 구조물을 잡고 약 730㎞ 고도에서 시속 2만5000∼2만6000㎞로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 홀로 서는 경험을 했다. 무전을 통해 “첫 광경이 꽤 좋다”는 아이작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이들은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탓에 나사의 우주비행사처럼 줄에 매달려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형태로 유영하는 대신 한손으로 구조물을 잡고 우주 공간을 경험하기만 했다. 무전으로 “지구에 있을 때 우리는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는 마치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고 소감을 남긴 아이작먼은 10분가량 선체 외부에 머물며 우주공간에 체류한 뒤 선내로 돌아왔다. 이어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 새라 길리스가 배턴을 이어받아 역시 10∼20분간 우주 유영을 실시했다.

우주캡슐 드래건 내부 모습. 스페이스X 중계 화면 캡쳐

드래건에는 에어락이 없어 아이작먼과 길리스 외에 두명의 민간인 우주비행사도 우주 유영이 진행되는 두 시간동안 진공상태 우주에 노출됐다. 퇴역 공군 조종사인 스콧 키드 포티와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 애나 메논은 진공상태의 우주선 안에서 공기와 전력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우주 유영은 ‘폴라리스 던’이라 불리는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의 민간 우주인들은 지난 10일 우주발사체 ‘팰컨9’에 실린 드래건 캡슐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올랐다. 첫 민간 우주 유영 성공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팰컨9 발사가 지난달 말부터 몇차례 기상 악화로 연기된 끝에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우주 유영도 당초 미 동부 시간 12일 오전 2시23분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스페이스X는 별다른 설명 없이 유영 시간을 한차례 미뤘다.

마침내 우주 유영을 해낸 4명의 민간 우주비행사들은 이후 우주 공간에서 36가지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고 스타링크 위성을 통한 레이저 기반 통신도 시도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