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자사의 아이스크림 ‘메로나’ 포장지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며 경쟁 아이스크림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과일 본연의 색상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는게 법원 판단이다. 서주는 10년 전 ‘메론바’를 내놓은 뒤 빙그레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빙그레가 “메로나 아이스크림 형식의 포장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며 주식회사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빙그레는 1992년 ‘메로나’를 출시해 자사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메로나’는 당시 고급 과일로 인식되던 멜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아이스크림이다. 달콤한 멜론에 크림(유지방)을 적당히 섞은 듯한 맛으로 쫀득거리는 식감이 특징이다. 현재 ‘메로나’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사랑받는 ‘K-빙과’의 선봉장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서주는 2014년 바 형태의 ‘멜론맛’ 아이스크림 사업권을 취득했다. 빙그레의 멜론맛 아이스크림인 ‘메로나’와 유사한 포장을 사용했다. 맛 또한 ‘메로나’와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빙그레는 지난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빙그레 측은 서주가 포장지 디자인부터 배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두 회사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 비슷하다. 포장껍질 양쪽 끝은 짙은 초록색이지만 가운데는 옅은 색이고, 좌우로 멜론 사진을 배치시킨 점, 네모반듯한 글씨체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포장을 계속적으로 사용해 왔으며, 회사의 상품용지로 국내에 널리 인식됐다”고 주장하며 ‘메론바’ 포장 사용 중지와 포장 재고 폐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빙그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에 따라 한정돼 있어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일의) 본연 색상은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식품업계 미투 상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 특성상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상품들이 연달아 출시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는 미투 상품으로는 ‘초코파이’가 있다. 초코파이의 원조인 오리온 ‘초코파이情’은 1974년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롯데, 해태 등에서도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오리온은 롯데 초코파이에 대해 상표권 무효심판까지 청구했으나, 초코파이라는 말 자체가 보통명사 처럼 여겨져 기각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