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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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토, 우크라에 무기제한 해제 시 러시아와 전쟁 치를 것”

“분쟁의 본질 자체를 크게 바꾸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게 장거리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내부 공격을 허용할 경우, 이는 서방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방송 기자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을 가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군사적 갈등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나토 국가들, 미국, 유럽 국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이는 분쟁의 본질 자체를 크게 바꾸는 것이고 이를 고려해 우리는 직면하게 될 위협에 기반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허용을 논의하는 것은 미사일을 공급하는 국가들의 직접 전쟁 개입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위성 목표 데이터와 미사일 비행경로에 대한 프로그래밍을 할 역량이 없기에, 나토군이 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이날 러시아 주재 대사들과 전쟁 관련 회의를 진행한 후 “서방이 이미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내부 공격이 가능하도록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한 제한 해제를 결정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도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독트린(핵 교리)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영향력 있는 외교 정책 매파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침략을 지지하는 국가에 대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교리를 수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육군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체계 에이태큼스(ATACMS) 등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내부 공격 제한 해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이나 국경 일대 일부 지역으로 제한했다.

 

나토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함으로써 전쟁이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크라이나가 같은 요구를 거듭하는 데다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공급하면서 서방이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추악한 선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