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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 뒤흔드는 연예인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지난 7월10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기고문이 실렸다. 민주당 지지자인 클루니는 현직 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을 겨냥해 “당신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겐 새 후보가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직전인 6월 말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공화당 후보이자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참패했다. 81세 고령인 바이든은 토론 내내 힘든 표정을 지으며 말실수를 연발했다. 클루니의 NYT 기고 후 정확히 11일이 지난 7월21일 바이든은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났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왼쪽)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이든을 대신해 현직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기 위해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도중인 8월21일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대회장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우리가 할 일은 해리스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라고 외쳐 민주당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 언론은 “윈프리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 흑인 표심 결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윈프리는 물론 맷 데이먼, 로버트 드니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해리스를 위한 선거 자금 모금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유력 연예인들이 모두 민주당과 해리스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원로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존 보이트, 왕년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이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자로 꼽힌다. 이 가운데 보이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영상 연설을 통해 트럼프에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호건은 지난 8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를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트럼프 마니아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외쳤다. 다만 이들이 청년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난 10일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 직후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투표를 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며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권자 등록 방법, 사전 투표 날짜·절차 등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 주소도 공유했다. 스위프트의 인기가 워낙 대단하기에 미 언론은 “해리스가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는 스위프트를 향해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판세가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지만 수퍼스타로 불리는 인기 연예인들이 미국 정치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