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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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한 北… 속내와 노림수는?

美 대선 앞두고 몸값 올리기

북한이 13일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HEU 제조시설 공개는 이번이 처음으로 50여일 앞둔 미국 대선 국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 현지지도 모습. 김 위원장의 오른쪽은 북한의 ‘핵개발 총책’인 홍승무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조선중앙통신 제공

통신이 함께 제공한 사진을 보면 최신식 시설 안에는 원심분리기가 빈틈없이 꽉 찬 모습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고속 회전해 HEU를 생산한다.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은 HEU와 플루토늄이 있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에 있어 최근엔 영변 원자로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플루토늄보다 지하에서 은밀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HEU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를 돌아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라”며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의 원심분리기 도입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또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이 공화국을 반대해 감행하는 핵위협 책동은 더 노골화되고 위험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핵무력을 중심으로 한 국방력 강화는)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있는 냉각탑의 모습. AP연합뉴스

북한은 2010년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지만, 이를 대외에 직접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시설이 위치한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변이 아닌 미국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 온 평양 인근 강선 단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2월 시작된 강선 단지 본관 서남측의 별관 공사가 4월 초 완료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확장됐으며 5월에는 인접한 건물의 개축 공사도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3일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이 결단만 내리면 가능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