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돌보는 학생동아리가 있다. 울산과학고등학교의 ‘더불어 사는 세상(더사세)’이다. 9월9일 한국고양이의 날을 맞아 이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제작됐다.
울산시교육청은 “더사세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켠-더불어 사는 세상’을 울산시교육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더사세 학생들의 주요 활동은 울산과학고 주변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이다. 학교 건물 한 편엔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고양이 밥을 챙기고, 위생을 위해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 한다. 이 곳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에겐 ‘울산과학고’를 줄인 ‘울곽’,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이름을 붙여 정성껏 돌본다. 동아리 부장인 김민주 양은 “학교의 한 편을 고양이들에게 양보하며, 학생들과 작은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길고양이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것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졸업을 앞둔 이지안 양은 “학업과 친구 관계에서 지칠 때마다 길고양이들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신입생 기승현 군은 “기숙사 생활과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학교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이러한 작은 생명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많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울산시교육청에도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이 있다. 울산시교육청 건물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 모두랑길(길이 750m)의 ‘묘한쉼터’다. ‘고양이 묘(猫)’자를 따서 만든 이름으로, 낯선 사람들과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묘한쉼터엔 길고양이 랑이와 딱지, 죽순이, 반반이가 정착해 살고 있다. 누구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놀아줄 수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실천한 동물사랑이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래 영상을 제작했다”면서 “각 학교의 동물사랑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 고양이의 날은 2009년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인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설과 고양이들이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착안해 한자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따 정했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가 정한 ‘세계 고양이의 날’은 매년 8월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