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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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손 떠나 34년 만에 ‘폐국 위기’…TBS 운명은 [주말, 특별시]

TBS(서울교통방송)가 서울시의 손을 떠나 34년 만에 폐국의 벼랑 끝에 섰다. 예산 지원이 끊긴 데 이어 출연기관 지위를 잃으면서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TBS는 당장 이번 달부터 직원 월급도 줄 수 없다며 재정적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이뤄질 동안 외부 자금을 수혈하며 버텨야 하지만 생존의 ‘골든타임’은 계속 흐르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고시를 통해 11일부로 TBS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시가 행안부에 이를 요청한 지 3개월 만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다음 날인 1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기관에서 TBS를 삭제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시에서 TBS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TBS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오세훈 시장이 복귀한 후 방송인 김어준씨로 인한 TBS의 정치적 편향과 공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석(112석 중 76석)을 차지한 시의회는 그해 11월 TBS에 대한 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올해 1월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 같은 해 12월 공포했다. 이강택 사장이 사임하고, 김씨의 하차와 함께 논란의 중심이었던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폐지됐지만, TBS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결국 올해 6월1일부로 조례안이 시행되며 시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예산의 70% 이상을 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을뿐더러 공공성을 이유로 상업광고도 할 수 없는 TBS 입장에선 직격타를 맞은 것과 같았다.

 

TBS는 외부 진행자 하차, 시사 프로그램 폐지, 희망퇴직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360명 규모의 직원이 현재는 240여명까지 줄었다. 예산 지원이 끊기기 시작한 6월부터는 무급휴가제 시행 등으로 인건비를 25% 절감했고 업무추진비도 없앴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난 8월 기자설명회에서 “진행자였던 김어준씨 등 과거 정치적인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분들은 지금 회사를 나갔는데, 남은 직원들이 그 멍에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부조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씨 등을 향해서도 “저는 그들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개했다. 

 

TBS는 현재 인수자를 찾고 있다. 복수의 언론사가 인수 의향을 보였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간이다. TBS는 이달부터 직원들의 기본급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이 바닥났다고 호소했다. 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끊어진 가운데 TBS는 우선 출연기관에서 민법상 비영리법인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아 급한 위기를 넘기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10일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27일로 한 차례 답변을 연기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연말엔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도 앞두고 있다. 심사에서는 자금 조달 능력이 주요 평가 항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TBS 생존의 공이 방통위로 넘어간 셈이다.

 

TBS 양대 노조는 “정말 시간이 없다. TBS가 끝내 폐국 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TBS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방통위는 TBS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주파수가 반납되는 불상사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