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22년부터 대학 내 성 비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 인권센터를 설치하도록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지만 상당수 인권센터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경찰에 따르면 연세대 A교수는 지난 4월 해외 출장 중 자신의 지도를 받는 박사후연구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A교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연구원의 신체 일부를 만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피해자의 거부 의사에도 추행을 지속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은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2020년에는 한국외대 B교수가 노골적인 성 묘사가 담긴 문학작품을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B교수는 성폭행 관련 내용을 담은 교재로 강의하며 책 전반을 학생들에게 읽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여성 인물이 생리를 경험하는 장면을 두고 몇몇 여학생들에게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 게 가능한가’ 라고 질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에서도 한 미대 교수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성관계를 하자고 말하거나 수업 중 성매매 경험을 이야기하는 등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일어 해임당했다.
이러한 대학의 권력형 성 비위 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충남의 한 사립대학 연극예술학과에서는 C교수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성의 손을 잡고 다리를 벌리는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 즉흥연기를 지시하거나, 극 중 장면으로 직접적으로 연출되지 않는 강간 행위에 대해 “학과 내 이성 동기의 도움을 얻어 출산, 모유 수유, 폭행, 강간 등을 경험해 보라”는 즉흥 연기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대구의 한 대학 교수는 2021년 외국인 유학생을 궁녀로 부르며 “키스를 받고 자거라”는 등 성희롱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해임됐다.
이러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이 끊이지 않자 대학 내 인권센터 설립이 추진됐다. 2021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2022년 3월부터 대학 내에 인권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인권센터가 전담인력 없이 운영되면서 인권센터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전국 392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의 인권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인력과 예산 부족,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 지원체계 부족 등 제반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인권센터 구성원 모두가 인권센터 고유 업무만 전담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대학은 12개(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업무는 전문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인권센터 업무와 관련해서는 운영체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해당 대학을 점검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