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가족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과 자리를 가지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자리엔 술이 빠질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왕 마시는 술, 우리 전통주가 어떨까.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교수와 전통주 소믈리에 김민아 방송인이 추석을 맞아 전통주 3종을 소개한다. 명욱 교수와 김민아 방송인은 “우리 고유 명절인 추석에 우리 술인 전통주를 마시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최근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진 좋은 전통주가 많이 나왔으니 이번 추석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여주쌀과 여강물로 만든 소주 ‘소여강’
증류식 소주인 ‘소여강’은 경기 여주에 위치한 추연당에서 빚는 술로, 오양주 제조기법으로 빚은 약주를 증류한 소주다.
40일 동안 발효하고 60일 동안 저온숙성한 정성이 듬뿍 담긴 약주를 증류했다.
오양주 방식으로 술을 빚는데 오양주란 ‘한 번에 빚는 밑술에 덧술을 네 번 더해 다섯 번을 빚는 술’을 뜻한다.
이후에 다시 증류하여 순곡 증류주를 받아낸다. 그만큼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술 빚는 이의 정성이 가득하다.
소여강이란 이름은 소주를 의미하는 한자 ‘소’와 여주를 가로지는 ‘남한강’의 다른 이름인 ‘여강’을 합쳐서 탄생했다.
소여강 25도와 소여강 42도 두 종류가 있다.
특히 쌀과 누룩, 물을 제외한 어떠한 첨가제도 들어가 있지 않아 이들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우리술품평회 증류주 부문 수상 고구마증류주 ‘려’
국순당에서 빚은 증류소주 ‘려’는 국순당과 농업회사법인 ‘국순당 여주명주’가 협력해 개발한 술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구마 증류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옛 문헌에서 찾아낸 감저(고구마의 옛 이름) 소주 제법을 기반으로 고구마로 유명한 여주 지역의 수확 직후 7일 이내의 신선한 고구마와 여주 쌀을 원료로 우리 누룩을 사용했다.
려는 25도와 40도 두 종류가 있는데, 40도는 올해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증류주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여주산 고구마의 향긋함과 은은한 과실향이 특징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10년 숙성 증류소주인 ‘려 2013 本’ 세트도 선보였다.
‘증류소주 려驪 선물세트’는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수상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고구마로 유명한 여주 지역의 신선한 고구마 중 품질이 좋은 몸통 부분만을 원료로 우리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고, 전통 옹기에서 숙성했다.
◆대나무 향취 가득한 약주 ‘담 디 오리지널’
‘담 디 오리지널(the Original)’은 약주로, 경남 사천의 대밭고을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다.
대밭고을은 곤양면 일대 10만평의 대나무숲을 관리하며 수액과 죽순, 잎 등을 원료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
담 디 오리지널은 세 번에 걸쳐 술을 빚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 양주로, 100번 씻은 쌀과 대나무 수액, 전통 누룩을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으로, 대신 들어간 대나무 수액으로 특유의 은은한 죽순 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대나무 수액을 매년 5∼6월에 채취하는데, 겨울철 강수량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생산 영도에 따라 술맛이 달라 병마다 생상 연도(빈티지)를 표기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병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마치 대나무를 사선으로 자른 것 같은 모양으로, 투명한 병에 녹빛 술이 담겨 있어 대나무를 보는 듯하다.
◆쌀·물·누룩으로만 빚은 백종원의 ‘백걸리’
요리전문가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의 백술도가에서 빚은 막걸리 ‘백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은 후 이것에 다시 쌀과 누룩을 더하는 과정인 덧술을 두 번 거쳐 만들어진 삼양주 막걸리다.
도수는 14도로 막걸리 평균(6도)보다 높다. 풍부하면서 진득한 맛이 일품이지만, 높은 도수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지난해 6.5도수의 백걸리를 내놨다.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 쌀 고유의 담백한 단맛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제품을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프리미엄(14도 백걸리)는 진한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마시는 방법과 얼음을 준비해 온더록스로 마시거나 물을 타 마시는 방법 등 다양하게에 마실 수 있다.
요구르트나 사이다를 섞어도 된다.
특히 얼음을 넣어 마실 때는 참외류의 과실향이 풍부해진다.
◆섬진강 담은 매실증류주 ‘섬진강바람’
섬진강바람은 도자기에 숙성한 ‘섬진강바람’과 증류원액을 오크통에 숙성한 ‘섬진강바람 오크’ 2종류가 있다. 도수는 25도와 40도 준비돼 있다.
술은 국내 최고가 증류주 ‘고운달’을 만든 오미나라 이공기 대표를 중심으로 주류 전문가들이 빚고 있다.
백운산과 지리산의 청정 자연, 섬진강의 바람, 맑은 햇살이 정기를 듬뿍 받은 황매실을 중심으로 배가 포함돼 있다.
즉 매실 증류주인 것이다.
지금까지 매질주는 증류주에 매실을 넣는 방식으로 빚은 침출주였다.
반면 섬진강바람은 발효시킨 매실청과 매실즙에 배를 첨가한 발효주를 다시 증류한 후 6개월 동안 숙성한다.
매실과 배의 향과 풍미가 온전히 담겨 있다.
◆메밀과 보리를 볶아서 증류한 술 ‘번트 보리’·‘번트 메밀’
강원 인제에서 전통주를 빚는 브리즈앤스트림은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양조장 중 하나다.
설악산의 맑은 공기(BREEZE·風)와 내린천의 깨끗한 물(STREAM·流)이 흐르는 인제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양조장 이름부터 브리즈앤스트림인 이곳은 취하기 보다 우아하고 멋스럽게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술을 만들겠다는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곳의 대표 술은 보리소주 ‘번트 보리25’와 메밀소주 ‘번트 메밀40’.
번트 보리25는 강원 양양산 햇보리를 볶아 만든 보리소주로, 볶은 보리에서 나는 구수한 향이 일품이다.
번트 메밀40은 강원 춘천 메밀을 볶아서 만든 증류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 증류주 품평회 2024(SFWSC)에서 지난해 ‘번트 메밀40’가 금메달, 올해 ‘번트 보리25’가 은메달을 수상했다.
이밖에 자작나무숯으로 여과한 쌀보드카 ‘쇼어 화이트(WHITE)’(40도), 쇼어 화이트를 오크통에 숙성한 ‘쇼어 골드(GOLD)’(40도), 인제쌀과 청양고추로 만든 증류주 ‘쇼어 레드(RED)’(40도) 등 다양한 곡물을 활용한 술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