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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국회 증인 채택 사실상 외압"…방심위 의혹 두고 증인채택 촉각

경찰이 방송통신심위원회의 불법 민원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방심위와 방심위 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가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당초 언론보도가 일부 방심위 직원들의 불법적인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과정에서 수사팀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을 두고 “사실상 수사외압”이라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 오는 30일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공익신고자 탄압 등의 진상규명 청문회를 실시하는 계획서를 단독으로 의결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진행된 압수수색을 문제 삼아 국회 상임위가 정부 부처에 질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 실시 계획서와 함께 의결된 증인 명단에 관심이 쏠렸다. 류 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의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안동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윤정근 서울 양천경찰서장 등이 포함됐다.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현재 방심위 직원들의 불법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양천구 방심위 사무실과 노조 사무실, 방심위 서초사무소와 일부 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외부에 알려지며 방심위 일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1월에도 방심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차 압수수색의 경우 노조 사무실을 비롯해 일부 직원의 자택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압수수색영장에는 노조간부 등 3명에 대해 공동피의자라고 적시돼 있어 경찰이 그동안의  수사결과 사실상 주요 용의자들을 특정짓고 마무리 수사를 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민주당은 이들뿐만 아니라 양천서 수사2과장과 지능2팀장, 지능팀 수사 담당자까지도 증인 채택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서 지능팀은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의 증인채택은 수사팀에 대한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당 의원들의 우려에 양천서 수사팀은 증인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셀프민원 의혹 수사팀의 총책임자인 윤 서장은 포함됐다.

 

또 민주당이 채택한 증인 30명 가운데는 지난 2022년 대선 3일전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신학림허위녹취록에 대해 방심위에 민원을 신청했던 민원인 6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민주당은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의 참고인 신분인 이들 민원인들을 불러 관련 사항을 질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경찰의 압수수색 등 이들 민원인의 정보가 유출돼 수사 중인 상황에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할 경우 이들의 개인정보 등이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기자회견문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법원의 결정도 부인하고 경찰수사 외압까지 행사하려는 위법적 사태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조작뉴스, 편파왜곡방송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인이 누군지를 공공기관 내부에서 파악해서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더욱이 그 개인정보가 특정 정파적 목적을 가진 세력에 입수돼, 정치공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국회가 수사팀에 대한 증인채택에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며 “수사당국에서 독립적으로 하는 수사에 입법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셀프민원 의혹과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대한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셀프민원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를 받게 된 방심위 노조는 “도둑이야 외친 사람을 지금 잡아가겠다는 것은 경찰력 낭비”라고 주장했다.

 

최근 MBC 제3노조는 셀프민원 의혹을 민주당과 민주노총, 참여연대가 연루된 ‘민원인 사찰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C에서 보도한 ‘민원사주 의혹’ 기사의 제보자로 민주당 소속 의원을 제보자로 의심하고 있다. 노조는 “민주당 과방위 국회의원이 기자에게 접근해 제보하고 방심위 직원들이 권익위에 낸 ‘문건’을 MBC 기자에게 전달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부패수사대가 방심위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 3개 층과 민노총 방심위 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