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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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아우슈비츠 가본 적 없어… 앞으로 방문할 것”

스타머, ‘홀로코스트 교육’ 중요성 강조
“학생들 견학 장려… 反유대주의 맞서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상징적 장소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가본 적이 없다는 점을 솔직히 털어놨다. 좌파 성향의 노동당 소속 정치인으로 지난 7월 취임한 스타머는 올해 62세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 점령 하의 폴란드에 세워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약 100만명의 유대인이 갇혀 지내다가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홀로코스트 교육 기금’ 마련을 위한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스타머는 이날 저녁 ‘홀로코스트 교육 기금’ 마련을 위한 만찬에 참석해 연설했다. 그는 “홀로코스트 교육을 영국 학교의 필수 과정으로 삼아 영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아우슈비츠의 교훈’(Lessons from Auschwitz) 사업에 220만파운드(약 38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도 다짐했다. 아우슈비츠의 교훈 사업이란 영국 학생들이 교사 인솔 아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직접 방문해 생존자의 경험담을 듣는 등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스타머는 자신도 아직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견학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백했다. 그가 60대에 접어든 중견 정치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로 느껴진다. 스타머는 “직접 보는 것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내 아내는 가본 적이 있는데, 나도 홀로코스트 교육 기금에 동참한 뒤 아우슈비츠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에선 민간인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근절할 것”이라며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로 인해 유럽과 미국 등에선 주민들이 이유 없이 유대인을 공격하는 등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이 확산하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의식한 듯 스타머는 “반유대주의는 그냥 증오일 뿐”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런던 시내 중심가의 유서깊은 의회 의사당 건물 옆에 국립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관련 학습 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독일은 1933년 초 히틀러의 나치 세력이 정권을 잡은 뒤 조직적인 유대인 탄압에 나섰다.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나치 독일군이 폴란드 등 유럽 각국을 점령하면서 그곳에 살던 유대인들도 사지로 내몰렸다. 1945년 5월 나치 독일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된 유대인은 무려 60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