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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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 앞뒀지만 韓은 가계부채 발목…“증시 저점 예상”

미국이 이달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에 막혀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국내 기준금리 인하 지연이 투자심리를 악화해 코스피가 다시 저점을 찍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10월11일과 11월28일 두 차례가 남았다. 미국의 이달 금리인하가 유력해지면서 한국도 남은 금통위에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지만,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 가격상승이 그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한은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간담회에서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겠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 있는 만큼 정부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5000억원으로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부동산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효과로 9월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1조1000억원 늘면서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추석연휴 이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 도래하는 만큼 가계대출이 상승 추이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뒤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에 따라 다음 달에도 동결을 결정하며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만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안정목표인 2%대로 내려온 상태고 원·달러 환율도 1330원대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음에도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과 가계부채 위험성은 한국 투자심리를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 효과가 줄어들고 있어 국내 수출 증가율은 하반기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주식시장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3분기 저점 형성을 전망 한다”며 “비중확대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