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려다 체포된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가 지난해 이란에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출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라우스는 지난해 자비로 ‘우크라이나의 이길 수 없는 전쟁(Ukraine's Unwinnable War)’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291쪽 분량의 책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맺은 핵 협상을 폐기한 데 분노를 표출하며 “이란, 사과한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You are free to assassinate Trump)”고도 썼다. AP통신은 이 문장이 이란을 향한 암살 촉구라고 해석했지만, NYT는 라우스가 책 전반에서 일반 독자와 특정 대상을 혼동해 쓴 만큼 독자들에게 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라우스는 책 전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보’나 ‘멍청이’ 등 멸칭(fool, buffoon, idiot)으로 부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같은 독재 지도자들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2021년 1월6일 벌어진 연방 의사당 폭동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 패거리에 의해 자행된 재앙”이라며 “민주주의가 눈앞에서 빠르게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라우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비판했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데에는 “약하고 늙은” 바이든이 “기개가 있다”고 칭찬했다. ‘푸틴은 왜 암살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장에서는 “우리는 모두 왜 위대한 지성이 일찍이 히틀러를 제거하지 않고, 푸틴을 죽이려는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생각한다”고 썼다.
NYT는 라우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합리적(reasonable)이고 서구식 교육을 받아 정치와 외교를 좌우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라우스는 “데니스 로드먼과 같은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가 김 위원장과 평화로운 우정을 쌓을 수 있다면 그와 내가 북한대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신은 라우스 저서의 이런 내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보여온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행적과도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에 실망해 등을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라우스는 책 한 구절에서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적이 있는 만큼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으로 규정되는 것 모두 거부하고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