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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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이주 가정 보듬을 심리프로그램 확대를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이주 가정과 그 자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는 자기 의지로 왔고 미리 정해 둔 목표가 있어 비교적 잘 적응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와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일부 아이들은 우울, 불안, 위축 등 정서 문제와 비행, 폭력, 약물 남용 등 행동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아이들의 이런 문제들을 놓치기 쉽다.

서울 도봉구 가족센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러한 중도입국 자녀와 외국인 가정 자녀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행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계획과 진행에 함께할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한국에서 중도입국 자녀로 살았던 경험과, 현재 한국에서 네 명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아동 심리치료에 대한 전공지식을 결합하여 집단을 열심히 이끌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이 모여 나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학교나 학교 밖 활동에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을 익히고, 다양한 집단활동을 통해 내재화된 스트레스과 부정적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 이해하고, 또래 관계 형성 및 자아존중감 향상에 도움을 주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계획하게 하는 데 있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

2023년 프로그램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8명과 중학생 8명이 참여했으면, 올해에는 중학생 10명이 8회기에 걸쳐 새로운 경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부모와 오래 떨어져 있다가 중도에 입국하거나 부모와 같이 낯선 땅에 와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가족들에게 가족을 더 이해하고 서로 마음을 알아가게 하기 위해 부모를 초대하여 자녀와 함께 활동하게 하는 부모 참여 회기도 포함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몽골 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일만 하느라 너무 바빠서 이렇게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아이에게 시간을 더 내어 주겠다고 다짐도 했다. 또한 그동안 아이의 어려움과 마음속 진심을 몰라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봉구 가족센터에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시도해 본 것은 몽골 가정 아이들을 위해 몽골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느끼고 그것으로 인해 자기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내성적으로 변해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이 모국어라는 공통의 언어를 시용함으로써 마음을 쉽게 열고, 자신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말하고, 또래 집단과 점점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인 외국인 가정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글로벌 아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건강한 한국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외국인 가정 자녀에게 맞는 맞춤형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나라별로 더욱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노민치멕 나무몽골아동가족심리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