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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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 저지해야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세계 1위 비철금속기업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국가 핵심 산업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K의 이번 시도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MBK가 중국 등 해외자본을 대거 유치해 펀드를 구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술과 이차전지 핵심소재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뒤 단기 수익을 위해 매각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가 될 것이며, 이는 곧 국가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고려아연은 현재 이차전지 분야에서 비중국 공급망 구축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또한 고려아연과 같은 초우량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사모펀드의 본래 역할에도 맞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원래 부실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재편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MBK는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고려아연은 현재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이차전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MBK의 인수 시도는 국가 핵심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MBK의 과거 행태 역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인수자금을 갚기 위해 20여개 점포를 즉시 폐점하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지역사회와 고용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또 BHC 치킨을 인수한 뒤에는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폭리와 과도한 배당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MBK는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보다는 단기 실적 개선에만 치중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러한 전례를 고려할 때,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저지에 나섰고, 호주 역시 외국투자심의위원회(FIRB) 제도를 통해 중국 기업의 리튬 광산 인수를 막은 바 있다. 우리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가 핵심 산업과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외국 자본이 국내 기간산업에 투자할 때 면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즉시 나서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업들도 핵심기술 보호와 장기적 성장 전략 수립에 더욱 힘써야 한다. 국가 경제의 미래가 걸린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