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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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혼돈 속으로

영풍·MBK 주식 공개 매수 선언
경영권 인수 위해 2조 투입 전망

일반주주·정치권 등선 반대 운동
“MBK에 중국계 자본 유입돼 우려”

고려아연 창업주 집안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에 나선 가운데 일반주주들과 정치권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우호세력)를 자처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지난 13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취득 예정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까지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해왔으나 올해 초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기업사냥꾼 MBK의 약탈적 인수합병(M&A)에 반대한다”며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 측은 “이번 공개매수는 명백하게 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M&A설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9월 기준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33.1%, 최씨 일가 지분율이 15.6%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과 영풍 간 분쟁에 MBK가 참전하고, 일반주주와 정치권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혼돈에 빠지는 모양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울산기업을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온산제련소를 두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범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