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전월 대비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 수준을 찍은 뒤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주담대 증가폭이 커지고 있고,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주택 구입 비중이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추석 이후 본격적인 이사철까지 맞물리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취급한 주택 구매 목적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3조64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8월(12조437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이달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은행권 기준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정도 수준”이라며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주간 기준으로 비교하면 증가세는 가팔라진 모습이다. 5대 은행의 1∼5일 주담대 증가폭은 8835억원이었는데, 6∼12일은 1조2937억원으로 커졌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주담대가 쏠리는 현상은 오히려 심화했다.
9월 들어 5대 은행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6%(2조1322억원)에 달했다. 이는 71.8%를 기록했던 2021년 8월(수도권 5조136억원/전체 6조9837억원) 이후 최대치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매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신고일 기준) 거래는 5만4732건으로 6월(4만3300건)보다 26.4% 늘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9518건으로 6월(6150건)보다 54.8%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대부분 부동산 매수 잔금일에 나가지만, 국토부 실거래 공개 시스템의 주택 거래 통계는 계약일 기준이기 때문에 두세 달의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7∼8월 서울 주택 거래에 대한 주담대는 10∼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한국시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가계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1주택자의 집단대출을 막는 등 빗장을 걸기 시작하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서울 둔촌 주공)의 집단대출 기관에 이례적으로 2금융권인 서울 강동농협이 선정됐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 등을 의미하는데, 주로 1금융권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서울·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집단대출 취급기관에 2금융권이 포함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은행권의 소극적인 대출 조건 제시에 실망한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이 2금융권까지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금융권보다 금리는 다소 높을 수밖에 없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50%라는 40%를 적용받는 1금융권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예를 들어 1억원 초과 대출에 은행에서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어렵지만, 2금융권에서는 50%까지 허용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례가 2금융권 풍선효과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농협중앙회에 단위조합의 건전성 관리 감독을 주문했다. 당국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화할 경우 1금융권보다 여유로운 2금융권의 DSR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