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안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습니다. 황금연휴를 반납하고 생명을 지켜주신 의료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석 연휴 이틀째인 지난 15일 오후 2시55분,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 헬기 계류장에 닥터헬기 1대가 착륙했다. 충남 서산시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목숨이 경각에 달린 74세 남성을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닥터헬기를 타고 가 긴급이송해 왔다. 헬기 착륙과 동시에 70대 환자는 단국대병원 응급실에서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졌고, 이 환자는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우려했던 추석 연휴 응급의료 대란은 없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쏟아진 추석 연휴 동안 전국 각지의 의료진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닥터헬기와 119구급차 등으로 긴급이송된 응급·중증환자들을 온몸으로 진단하고, 처치하며, 치료했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추석 연휴 동안 경증 어린이응급환자 진료는 전국 94개 달빛어린이병원이 맡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인 18일, 충남 천안시 쌍용동 소재 김종인소아청소년과의원으로 아이를 안고 온 임모(36)씨 부부는 “의료진이 신속하고 친절하게 진료해 줘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응급센터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의 역할도 빛났다. 충북도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은 이달 14일 양수가 누출된 25주 임신부가 75곳의 병원 수용 거절에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 원장에게 협조를 구해 신고 접수 5시간 만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추석 연휴 기간(14∼17일)에 응급실을 찾은 경증환자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 3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작년 추석(3만9911명)에 비해 31%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응급실을 찾은 경증환자는 일평균 1만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6003명)에 비해 38%나 줄었다.
앞서 정부는 연휴 직전인 13일 중증·응급환자를 중점 치료하기 위한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 14곳을 지정하는 한편 응급실에서 환자 진료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명시한 지침을 전국 병원과 의사·간호사단체에 송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일부의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겸손하게 경청하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심지 굳게 나아가겠다”고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