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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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 이용자만 특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꽉 막히는데 통행료 징수는 부당" 주장 속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과 상충 문제점 지적
도로공사 적자 누적... 결국 세금으로 메우기

한국도로공사의 누적 적자가 38조원이 넘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통행료 면제는 장거리 여행 유도로 내수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불러온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객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통행료 감면으로 인한 도로공사의 손해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채우게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상행선(왼쪽)에 차량들이 서행 운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5∼18일 ‘추석특별교통대책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14일 자정 이전에 고속도로에 진입해 이튿날까지 운행한 경우나 18일 자정 전부터 19일까지 고속도로를 통행한 경우도 통행료를 내지 않는다.

 

하이패스를 이용할 때는 단말기를 켠 채로 전용차로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통행료 0원’ 처리된다.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속도로 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은 뒤 진출 요금소에 제출하면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유료도로법에 따르면 명절 당일과 전날, 그리고 다음 날 통행료를 면제하도록 하지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이번 연휴의 경우에도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통행료 면제기간을 하루 늘렸다. 

 

명절 통행료 면제는 2017년 문재인정부 때 도입됐다. 연휴마다 이어지는 정체로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통행료 징수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행료 면제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내수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자가용 이용객만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과 상충하며 교통 혼잡도를 높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도로공사에 재정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노후화 등에 대한 유지 관리 및 시설 개선 비용을 맡고 있다. 도로공사의 재무악화는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2022년 연간 통행료 감면액은 4259억원이다. 이 중 명절 통행료 면제액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는 연간 통행료 수익(4조2027억원)의 10% 수준이다.

 

유료도로법 15조 2항은 ‘통행료 감면으로 발생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부는 감면액을 보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는 같은 해 기준 38조8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다. 통행료 면제가 도로공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