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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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법 없어 무죄 받은 ‘한양대 딥페이크’ 가해자…“형사보상금 달라”

2017년 범행, 처벌규정 2020년 신설…일부 무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소 당시 처벌법이 마련되지 않아 일부 무죄를 확정받은 ‘한양대학교 딥페이크 성착취범’이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우 심승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이모씨로부터 형사보상금을 달라는 내용의 신청을 받았다.

 

형사보상은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됐을 때 구금 일수에 따른 손해와 변호사 비용, 교통비 등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이씨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17차례 의뢰했다. 이를 통해 같은 학과 친구와 선∙후배 등 여성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을 합성한 음란합성사진 파일 만들게 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의뢰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지하철과 학원 강의실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그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서 드러났다. 휴대전화 습득자가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합성사진을 발견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전한 것이다. 피해자는 경찰에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하 이씨를 고소했다.

 

사건은 2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모임을 만들고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공론화됐다. 이에 한양대는 2018년 3월 이씨를 퇴학시키도 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나 이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군 검찰로 넘어갔다. 군사법원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고 1∙2심 모두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2020년 4월 직권 결정으로 이씨의 구속을 취소했고 지난해 12월 일부 혐의를 무죄 선고해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기소 당시에는 신종 범죄인 딥페이크 성 착취를 처벌할 법이 없었다. 이에 군검사는 이씨에게 문서, 도화, 필름 등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음화제조교사죄를 적용했는데, 대법원은 컴퓨터 파일을 ‘음란한 물건’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불법 촬영 혐의 역시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핵심 증거인 휴대폰이, 이씨의 자발적 의사나 압수 영장 없이 확보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김재호)는 이씨의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이씨 모두 재상고하지 않아 일부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18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일부 무죄가 확정되자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달라고 신청했다. 이씨가 받을 형사보상금은 수백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므로 구금에 따른 보상은 받기 어렵고, 국선변호사 수당을 기준으로 법원이 책정한 변호사 비용과 여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사건 피해자는 지난 6일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서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해 더욱 교묘해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처벌하지 못하는 명백한 법적 공백”이라며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와 더 큰 피해가 있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