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절반이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지난 4월 처음으로 월간 기준 10조원을 초과한 이후, 대출 모집인들이 새로 유치한 잔액은 7월과 8월 두 달 연속으로 11조원대를 기록하며 대출 건수도 5만 건에 육박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모집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여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 및 전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나 상담사다. 이들은 치열한 영업 경쟁의 최전선에서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 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중개사들로부터 대출 손님을 유치받고 있다.
19일 발표된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들 은행의 8월 신규 전세자금 대출, 정책대출, 집단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조135억원으로, 이 중 11조4천942억원(49.9%)이 대출 모집인을 통해 유치됐다.
올해 1~8월 동안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에서 대출 모집인을 통한 비율은 평균 50%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동기 평균 44.5%보다 5%포인트(p) 상승한 수치이다. 이 비율은 전월 대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이 -2.0%로 바닥을 찍었던 2022년 12월 36.6%까지 하락했으나,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3월(56.4%), 4월(54.3%), 6월(50.1%), 7월(50.8%) 등 넉 달 동안 대출 모집인을 통한 비율이 절반을 웃돌았다.
일부 은행은 상반기에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을 대출 모집인에게 의존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10~20%대에 그쳤으나,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액수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올해 1~8월 동안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월평균 9조7천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6조5천732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7월과 8월에는 각각 11조9천23억원, 11조4천942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건수 또한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올해 1~8월 평균 4만5천49건으로, 전년 동기 평균 3만334건보다 약 50% 증가했다. 이는 대출 모집인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 대출 상담을 진행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현재 5대 은행이 계약을 맺은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2천994명에 달하며, 은행마다 최소 450명에서 최대 700명 가까운 전속 상담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하여 은행원들이 직접 고객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지난달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4만4천430건에 달하며, 상담사 1인당 평균 15건의 대출을 유치한 셈이다.
대출 모집인 제도는 은행에게는 영업의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고객에게 높은 이자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출 모집 수수료는 보통 0.5% 미만으로 책정되며, 상담사가 대출을 유치한 후 3년 이상 계약이 유지될 경우 신규 기준 대출 잔액의 0.3~0.4%를 수수료로 지급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