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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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모사드 역할 커”… 암묵적으로 호출기 폭발 인정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 호출기 폭발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며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에서 폭발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그는 ‘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공군 장병들에게 “나는 우리가 새로운 전쟁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식료품점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던 남성(왼쪽 아래 모자 쓴 이)이 메고 있던 가방이 폭발하면서 충격에 쓰러지는 모습이 매장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작은 사진은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해 시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무선호출기(삐삐)의 잔해. 엑스(옛 트위터) 캡처

갈란트 국방장관은 또한 “우리는 당분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 전쟁에서는 엄청난 용기, 결단력 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북부지역 피란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앞서 폭발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등을 칭찬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발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보안기관인 신베트, 모사드 등이 “탁월한 성과”를 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갈란트 국방장관의 발언이 나오기 전 폭발은 IDF와 모사드의 공동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갈란트 국방장관의 발언을 통해 이스라엘이 폭발에 대한 책임을 명백하게 시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시장에서 한 남성의 가방에서 폭발하는 장면. X (옛 트위터) 화면 캡처

레바논에선 무선 호출기 폭발에 이어 무전기(워키토키)까지 폭발하며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즈볼라 알 마나르 텔레비전은 레바논 내 여러 지역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헤즈볼라 관계자는 AP통신에 무전기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통신부는 폭발한 무전기가 일본 회사 아이콤(ICOM)에서 만든 단종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오늘 더는 공유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